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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등대 Jul 06. 2022

"뭐 어때! 비 좀 맞을 수 있지!!"

저녁을 먹고 산책을 나가려 현관 물을 열었다. 톡톡.. 머리 위로 빗방울이 떨어진다.

평소였으면 비 좀 맞으면서 산책을 하러 갔겠지만 오늘 내 왼쪽 어깨에는 카메라가 걸려있다. 아마 내가 가진 물건 중 가장 값비싼 물건일 것이다.

후다닥 집으로 돌아와 우산을 꺼내 들고 집 근처 한강으로 걸어갔다.

5분이나 지났을까.. 폭우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우산이 무색할 정도로 거친 비바람이었다. 근처 한강 서핑장의 파라솔은 넘어지고 한강 반대편 건물들은 형태만 간신히 알아볼 정도였다. 우산을 쓰고 있었지만 이미 속옷까지 다 젖어버렸다. 한강에 우산을 쓰고 있는 사람은 나뿐이었다. 아마 다들 비가 올진 몰랐던 것 같다. 다들 부랴부랴 비를 피하기 바빠 보였지만 그중에 내 눈에 들어오는 건 별일 아니라는 듯 비를 맞으며 걷는 사람들이었다. 그들의 여유로운 발걸음은 마치 "뭐 어때! 비 좀 맞을 수 있지!!" 라며 호탕한 웃음과 함께 얘기하는 듯했다.


어쩌면 우리의 인생도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갑자기 쏟아지는 폭우처럼 우리의 인생에도 예상하지 못했던 일들이 일어나곤 한다.

나의 경우는 사업이 생각처럼 되지 않아 스트레스가 쌓여가고 정신적으로 피폐해지는 중이다.  

내게 중요한 '일' 일수록 호탕하게 웃고 넘기기가 쉽지 않다.

어쩌면 밑바닥까지 가본 후에야 호탕한 웃음을 지어 보일지도 모르겠다.

그렇다고 언제까지 불평만 할 수 없는 노릇 아닌가.

내 인생을 가장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눈 딱 감고 호탕하게 웃어보면 어떨까. 지금 그것이 내게 필요한 것 같다.

사진 속 두 사람처럼 별 일 아니라는 듯 이렇게 말이다.

"그래! 사업 좀 망할 수 있지!! 사업 망한다고 내 인생 끝나는 거 아니다!"


내게 중요한 일이 수능일 수도 있고 연애일 수도 있고 취업일 수도 있다. 잘되면 너무 좋겠지만 갑자기 오는 폭우처럼 내 뜻대로 안 될 때가 있다. 그럴 땐 우리 다 같이 호탕하게 웃으며 비를 맞아보자.


                                    "뭐 어때! 비 좀 맞을 수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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