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산인지도 모르고 등산 왕초보가 관악산 능선을 따라 선임들 뒤꽁무니를 쫓아다녔다. 경치는 볼 수 없다. 바위틈바구니에 한 발을 내딛을 때마다 집중해야 하는 건 내 눈앞 바위틈 사잇길뿐. 거추장스럽기만 한 스틱을 배낭 옆구리에 끼워 넣고 겁먹지 않기 위해 보는 건 내 눈앞 쇠밧줄과 앞사람 두 발자취뿐. 태극기 꽂은 바위에 도착해서 기념사진 한 방 찍고 아래를 내려보는 재미 때문이라고 하기엔 그다지 신나지 않는 걸. 뭔 재미로 산에 오나요? 물었더니 정상의 바람도 좋지만 하산할 때 맞아주는 바람이 좋아서라고. 또 어떤 이는 자기 관리를 위해서라고. 관리 안 해 몸 아픈 게 가장 미련한 거라고. 걸을 수 있을 때 많이 다니고, 이빨 좋을 때 맛있는 거 먹는 게 최고라고. 돈 벌고 나중에, 나중에 하다가 건강 잃으면 그땐 끝이라고. (노래를 잘하고 싶다는 단순한 소망은 생략하고) 폐활량 늘리고 싶어 산에 왔노라고 산행의 이유를 나눈다.
산행
산은 말이 없는데
재잘재잘 조잘조잘
곁에 선 형들이 말이다
신발 보더니
발목 잡아줘야 한다고 바꾸란다
스틱 보더니
무겁다고 바꾸란다
가방 보더니
허리, 어깨 잡아주는 걸로 바꾸란다
“산 길을 간다 말없이
홀로 산 길을 간다”
흥얼흥얼 노래 부르며
홀로 산 길을 가볼까?
이 생각 저 생각
온갖 복잡한 생각
다 말하고픈데
언제쯤 산에게 말을 걸어볼까?
#동시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