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은 어떻게 써야 하는가. 그걸 배우려고 어쩌다 도서관 수업을 신청한 거였다. 찬밥 더운밥 가리지 않고, 전공, 비전공도 상관없었다. 아무 때나 수업이 열리는 게 아니니까 일단 배우기나 하자며 ‘글’ 자만 들어가면 무조건 수강했다. 뭐라도 읽고 쓰는 것, 내 삶에 새로운 양식을 시도하고 싶었다. 쓰는 건 일기밖에 없었고, 그것도 30년 전에 끝나버렸다. 읽은 건 무미건조한 자기 계발서 밖에 없었다. 내 도전은 소설 쓰기이다. 내 안의 상처를 치유하고, 어제보다 더 나은 내가 되기 위해 갑자기 등장한 인생 버킷리스트이다.
소설 창작 수강생은 20대부터 60대까지, 문창과 전공생부터 습작 경험은 전무하고, 소설책도 몇 권 안 읽은 나까지다. 각자 겪어온 삶의 시각이 확연하게 드러난다. 세대차이로 흥미진진하다. 때로 이거 좀 세다 싶은 60대 의견이 계속될 때 20대 문창과를 졸업한 이는 어떤 생각일까 알고싶지만 좀처럼 쉽게 드러내지 않는다. 나는 모든 공방에서 의미를 찾아 헤맨다. 모르는 게 많아 질문도 많다.
수강생의 이번 공방은 꽤 길었다. 등장인물을 바라보는 관점 때문이었다. 성적 비하 발언을 하는 오래된 작품 속 등장인물이 불편해서였다. 미투 시대에 이런 장면이 꼭 필요한가, 등장인물을 부각하기 위해서 지금은 통용되지 않더라도, 당시에는 비일비재하게 벌어졌던 일을 시대적 배경 때문에 써야 하는가, 쓰더라도 어떻게 써야 하는가 때문이었다. 나이 지긋한 수강생이 우리나라에도 공창이 있었다면서, 자신이 살아온 시대적 이야기를 했을 때 공창을 알아듣지 못한 이도 있었다. 성적 장면에 대한 여러 의견이 계속되자 젊은이가 입을 열었다. 불편한 장면이 작품 속에서 약자를 보호하기 위한 장치로 쓰이면 괜찮지만 그냥 지나가는 부분으로는 용납되지 않는 것 같다고. 그래서 작가가 소개해 준 작품이 양공주라는 시대적 배경이 담긴 <중국인 거리>였다. 난 커서 양갈보가 될 테야. 이런 말을 하는 어린이가 등장한다고. 어린이 성장소설이라고. 인물이 아무것도 아닌, 쓰고 버려지는 이야기가 있고, 인물이 부각되어 이야기를 끌고 갈 때가 있다, 그 차이를 알면 된다고 했다.
도서관 수업 두 곳에서 약속이라도 한 듯 두 작가 선생들이 한 날 소개한 책이 <중국인 거리>였다. 이럴 때면 무시할 수 없다. 아주 특별한 작품이 되면서, 반드시 내가 겪어야 할 운명으로 다가온다.
글에서 인물은 강하게 대치되거나 비슷할 수 있단다. 소수이고, 다수일 수 있다. 글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가에 따라 인물이 배치된다는 거였다. 쉽게 쓰고자 할 때 강하게 대치되는 두 사람만으로 이야기를 끌고 갈 수 있다. 비슷한 인물 두 사람으로 작품 주제를 드러내기가 더 어렵다는 거였다. 두 명만이 이야기하는 것과 여러 명이 등장하는 구조에서는 각 인물이 왜 필요한지, 무엇을 뒷받침하기 위해, 중심인물의 어떤 면을 드러내기 위해 필요한지 생각해야 한다. 사람이 많을수록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는 거였다.
#글쓰기#인물#소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