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사랑

by 조이스랑

오늘 독서 모임에서 함께 읽고 소감을 나눌 단편을 깜박 잊고 있었다. 최진영의 「첫사랑」.

뒤늦게 부랴부랴 도서관을 뒤졌지만 대출 중이라는 표시만 떴다. 다행히 회원 중 한 명이 사진을 찍어 공유해 주었다. 앞부분을 읽는데, 예전에 읽었던 단편이라는 게 떠올랐다. 그때는 어떤 이유에서인지 앞부분만 읽고 말았나 보다. 뒷부분은 기억나지 않았다. 아버지의 사랑은 가족에 대한 사랑이 아니라 하나님을 향한 사랑이었다. 비슷한 내용을 어디선가 읽었는데.....


주인공에게는 아버지가 두 명이다. 한 명은 생물학적 아버지, 다른 한 명은 종교적 아버지인 하나님. 주인공 입장에서 아버지의 사랑은 하나님을 향한 일방적인 짝사랑이었다. 아버지는 하나님을 짝사랑하기에 엄마와 함께 산다. 짝사랑은 이루어질 수 없기에 어쩔 수 없이 엄마와 사는 것이다.

J를 짝사랑하는 주인공은 수줍어서 마음을 표현하지 못한다. 같은 반이었지만 졸업 앨범 찍는 날까지도 끝내 J와 연결되지 못한다. 졸업 앨범을 찍는 날, J의 뒷모습을 따라 뒷산에 올랐다가 자기 이름조차 알지 못하는 J 때문에 주인공은 서운했다. 같은 반인데,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너무 놀란 나머지 주인공은 J를 더 이상 뒤쫓지 못하고 넘어지고 긁히며 산을 내려오다 길을 잃었다. 어느덧 시간을 다 보내버렸고, 졸업앨범 사진도 찍지 못했다.

졸업앨범에 주인공은 없고, 당연히 J도 없을 줄 알았는데, 졸업 후 어느 날 주인공은 앨범에서 J를 발견했다. 자기는 없는데, J는 활짝 미소 짓고 단정하고 깨끗한 교복을 입고 앨범 속에 있었다. 주인공이 쫓았던 사람은 누구였을까. 독자는 그가 J였는지 아닌지 알 수 없다. Y의 사랑은 주인공에게 J만큼 빛나지 않았다. 짝사랑은 아니었지만, Y에게 주인공의 사랑은 불충분한 사랑이었다. 짝사랑이 아닌, 첫사랑. 도서관에서 '첫사랑'이라는 제목을 가진 책은 수십 권이나 될 만큼 많았다.


사랑이 뭘까.
소설을 읽다 남편에게 물었다.
"사랑이 뭐야?"
남편은 잠시 뜸을 들였다 답했다. "끊임없는 취식."
"뭐, 답이 그래?" 나는 폭소를 터트리고 말았다.

"상대방을 배부르게 해주는 것, 그것이 사랑?" 남편을 말을 이었다.
"사랑은 예상치 못한 지점에서 웃음을 선사하는 것. 사랑은 상대방을 배고프게 하지 않는 것."
짧은 단어에 의미를 부여하는 그는 오늘 저녁에도 자꾸 주전부리 하는 나를 이런 식으로 지적질한다.

"그냥 웃고 말지."

그는 의미 심장한 말을 마지막에 덧붙인다. "첫사랑도 짝사랑도 너무 오래된 일이라......"

쓸 말을 아낀다고 해두자.


첫사랑의 기억

16살, 사랑한다는 고백을 들었다.

활짝 웃는 짝사랑의 대상 J가 아니라 Y와 만난다.

첫 사랑 하면 떠오르는 것들: 푸른 하늘, 마른 낙엽, 메마른 낙엽 냄새, 낙엽 밟는 소리. 왜 하필 너야.... 교문 앞에서 기다리는 건 Y였다.


소설 속 소재들
19살. Y, J. 어머니, 아버지, 몇 발짝 떨어져 걷는 것, 산소, 산, 교복, 흰 블라우스, 치마, 침, 졸업 앨범.


모임 후기

최진영의 단편소설 「첫사랑」을 읽고 이야기를 나눴다.

연령대가 다른 만큼 의견도 다양했지만, 공통점이 있다면 우리 모임 멤버는 이미 청춘의 시절을 한참 지나왔다는 것.

첫사랑의 감정을 이성이 아닌 동성을 향한 것으로 그린 점이 특이했다. 공감하는 회원도 있었지만, 청춘 시절, 특히 고교 시절의 풋풋한 감정을 사랑이라고 부르기는 어렵다는 시선도 있었다. 결국 사랑에 대한 '정의'가 다르기 때문이 아닐까. 소설에서도 등장하는 질문, 사랑이란 무엇일까? "사랑은 움직이는 거"라는 CF 카피처럼 감정인가? 변하는 건 사랑이 아닐까? 사랑에 대해 많은 이야기가 오갔다.

"요즘 당신이 사랑하는 건 뭔가요?"
"전, 있어요. 요즘 찐 '팬심'으로 산답니다."

회원들에게서 오호, 부러운 듯한 감탄이 터져 나왔다. 사람이든 사물이든 무언가에 마음이 푹 빠져있다는 게 쉽지 않은 나이라서 그런 걸까. 이제 스물두 살이 된 딸은 초등학교 고학년 때부터 아이유 팬심으로 사는데..... 흠. 오늘은 청춘을 보내는 내 아이를 색다르게 보는 날이다.

오늘 내게 질문을 던진다.

나는 요즘 무엇을 사랑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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