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Whole New World

With 새벽밤의 시

by 홍 필구

정확히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뭔가 이상한 것을 눈치챈 것이 몇 주전쯤부터 이었던 것 같다.

새벽 5시가 되면 항상 잠에서 깬다.

깨는 방법도 다양하다. 소변이 마려워서 깨고, 꿈에서 뭔가 엄청난 것이 몸을 덮치면서 눈이 확 떠져

시간을 확인하면 4시 58분, 꿈에서 어떤 이와 약속을 잡고 약속 장소에 가려고 눈을 뜨면 5시 언저리.

팔이 저려서 깨도 5시였다. 그 이후로는 아무리 노력해도 잠이 들지 않았고, 어떡해서든 잠이 들려고 노력을 해도 정신은 더 또렷해진다. 하지만 잠들기를 포기하고 불을 켜는 순간 나의 수면연장의 꿈은 확실하게 사라지는 것을 알고 있기에 쉽사리 잠을 포기 못했고, 정신이 든 채로 2시간이 넘는 시간을 허비한다.

그렇게 몇 주를 보내다가, 언제부턴가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못 잘 거라면 뭐라도 하자.

잠이 들면 자는 거고 이 시간에 계속 깬다면 이 시간을 이용하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잠이 깨면 화장실에 가서 볼일을 보고, 불을 켜고 책상에 앉는다. 책상에 앉은 후에는 처음 생각나는 음악을 듣는다. 음악을 일부러 고르지 않고, 그 시간이 안내하는 대로 듣는다. 생각보다 시간은 다양한 음악의 세계로 나를 안내했다.

그러다가 어느 날 시간이 나를 안내한 곳은

'A Whole New World'.

최근 몇 달 동안 생각하지도 듣지도 않았던 그 노래가 떠올랐던 건 왜였을까?

곰곰이 생각을 해보니 역시 답은 시간이었다.

5시의 하늘은 짙은 검정이 아니라 남색의 가까운 빛을 내고 있다.

구름과 하늘이 어우러져 있는 모습을 보면 낮의 하늘보다 더 미지의 세계처럼 보인다.

난 하늘이 완전한 어둠이 깔리기 전에

짙어지기 시작하는 초저녁과,

짙은 어둠이 조금씩 걷힐 때쯤의 하늘을 좋아한다.

가끔 그 시간에 다리 위를 걷고 있으면

바람을 온몸으로 맞을 수 있다.

바람을 맞고 있으면 하늘을 날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하게 든다.

아무런 기계나 장비의 도움 없이 맨 몸으로

자유롭게 한 번 날아보고 싶다.

하늘 높이 올라갔다가 끝없는 바다 위 수면을 계속 날다 보면 비행기나 배의 도움 없이는 갈 수 없는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이 땅과는 이어져있지 않은 육지에도 다다를 것이다.

생각만 해도 너무 환상적이지 않은가.

그래서 나는 나의 생각을 대리만족을 할 수 있는 영상을 좋아했다.

그중에서도 특히 내가 좋아하는 장면은 3년 전 개봉한 영화 '알라딘'에서 알라딘과 재스민이 마법 양탄자를 타고

둘만의 짧은 저녁 여행을 하는 장면을 좋아했다.

그 장면이 너무 좋아 몇 번이나 똑같은 장면만 찾아보았던 기억이 있다.

그날도 새벽하늘을 보니

그 장면이 무의식적으로 떠올랐던 거 같다.

새벽은 사람을 시인으로 만든다.

그 장면을 보고 있자니

지금 그 마음을 어떡해서든

표현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시작도 할 수 없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첫 단어조차 떠오르지 않았다.

고민만 하다 어둠이 옅어지기 시작했고,

내가 좋아하던 그 새벽의 색은 어느새

조금씩 사라지고 있었다

우연히 잠에서 깬 시간이 그리고 그 시간이 안내한 음악이 그리고 때마침 본 새벽하늘이 만들어 낸 그 벅찬 마음을 어딘가에 잠깐이라도 담아둘 수 없는 것이 안타까워

그 마음을 시에 담았다.


새벽밤의 시


하늘은 조용하고 조그마한 불빛은 천천히 빛나는데

옅어져가는 새벽 밤은

이별하는 여인처럼 거짓된 이별을 고하고 있다.

진짜 이렇게 나를 보낼 거냐며

가난한 청년은

끝내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그녀를 침묵으로 보낸다.


이전 09화강과 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