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저녁에 혼자 강둑길을 걷고 있었다.
걷다가 뛰다가 걷다가 뛰다가
그렇게 걷고 뛰고 보니 강물에 비친 달이 크게 흔들리기도 작게 흔들리기도 했다.
걸을 땐 작게 흔들리고, 뛸땐 크게 흔들린다.
달도 가만히 있고 강물도 가만히 있는데
나의 움직임에 따라 그들은 크게 또는 작게 움직였다.
그들이 크게 움직이게 하기 위해선 계속 뛰어야 했는데, 저질 체력이라 작게 움직이는 것에 만족해야했다.
당시 나는 이별의 아픔을 온몸으로 겪고 있었다.
틈만 나면 울었다.
혼자가 되는 시간이 되면 울었다.
운전하다가 울고, 주차하다가 울고, 샤워하다가 울고
내가 느끼던 그 아픔이 영원히 끝날거 같지 않았다.
하루가 너무 길었고,
붕뜬 시간이 너무 고통스러웠다.
뭐라도 해야했지만,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니 시간은 더욱 더디게 갔다.
악순환이었다.
고통스럽게도 잠까지 오지 않았다.
밤늦은 시간은 무엇도, 누구도 나를 위로할 수가 없었고
나는 매일 저녁 홀로 강둑을 걸었다.
언제나 그 시간의 강은 달을 품고 있었다.
바람이 불어 물결이 흔들리면
달도 같이 흔들렸다. 둘은 참으로 다정한 커플처럼 보였다.
언제나 먼저 말을 거는 쪽은 강이였다.
강이 말을 걸지 않으면 달은 먼저 말을 걸지 않았다.
그러고보니 달은 강물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 하늘에 떠있는 존재였다.
다시 보니 달은 움직이지 않는 것 같다.
문득, 강이 이미 떠난 달을 놓아주지 않고 있는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자기 마음속에만 존재하는 달을
마치 품고 있는 것처럼 행동하는 것이었다.
달은 영원히 하늘에 떠있고 내려오지 않는다.
강은 영원한 착각에 빠져있을 것이다.
난 강이었다.
이제 그녀를 놓아주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뛰기 시작했다.
강과 달이 함께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건 거짓이었다.
거짓을 뿌리치기 위해서는 더 빨리 뛰어야 한다.
그럴수록 둘은 더 다정하게 떠든다.
거짓이다. 거짓이었다.
해가 지키고 있는
빛이 사라지면
둘은 만난다
낮의 이야기를
물결 출렁이며
밤을 새워 떠든다
강이 출렁거리며 재잘대면
달도 덩달아 출렁이며 재잘댄다
강은 알고 있을까
그가 품고있는 달은
사실 그 곳에 없단걸
그리운 그의 마음이
흐느끼며 만들어 낸
환상임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