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밥. 무침
A는 쓸데없이 주변사람을 우상화시키는 재주가 있다.
자기주장도 마치 남이 말한 것처럼 "인용" 한다." 내가 어디서 들었는데 "로 시작하는 말은 대부분 A의 머릿속에서 나온 말이다. 틀릴까 봐 그러는 것도 있지만 어쩌다 보니 자기가 하는 말은 집중을 안 할 것 같아서 , 나에게 말할 기회가 별로 없을 것 같아서 아주 얄팍하게 '인용'을 해온다.
권위에 호소하는 그 모습이 초라하지만 이 정도라도 쓰인다는 것에 안도한다.
A 같은 스타일은 집합의 단위가 분단을 넘어서면 눈에 띈다. 특별히 구분하지 않아도 자연스레 나오는 일종의 "부위"라고나 할까. 그러니까 그 집단의 리더가 있을 것이다. 굳이 권위적이지 않더라도 , 스타성이 있거나 스스로 스타가 되고 싶거나 돈이 많거나. 머 그런 저런 이유 중 하나로 모임의 리더는 뾰록하고 나온다.
그러면 소화기관 같은 회계 담당이 있어야지. 무언가 건조한 표정과 건조한 말투 그러나 늘 같은 온도 항온의 내장 같은 신실한 사람. 그가 모임의 , 이 사회 단위의 회계 혹은 사무총장이다. 근사하고 권위적이다. 스스로 올라선 권위가 아니라 그가 아니면 이 작은 우주가 금세 빠그라 질 테니 이 소화기관 같은 이에게 자연스레 굴종하게 된다. 리더도 마찬가지다. 굴종하지 않으면 스타의 피부가 망가진다. 소화효소 덕분이다.
그리고 건강한 손발이 있다. 손발까지 가기까지 그 나름대로의 부위별 혹은 말단의 역할에 가중치를 주다 보면 그 지역은 각자 가치가 분명히 있다. 컨베이어 벨트의 자존심 같은 것인데 , 우리의 집단이 노동자 집단이 아니라고 가정하고 별 생산성 없는 모임이라고 해도 손발의 역할은 자존심 그 단어로 귀결할 수 있다.
그리고 그 들 중간. A는 그들을 고급 부위라고 칭하고 , 어떤 이들은 그냥 토핑.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고기로 칭해볼까? 갈매기 살도 그렇고 , 안창살도 그렇고 갈빗살도 그렇고 , 사실 그전에 등심 안심도 그렇고 그 이름대로 가격도 있고 호오도 있다.
그렇게 이름으로 발골하고 나면 별로 남는 게 없으니 그게 바로 가죽아래 살 덮고 있는 A 같은 조직이다.
수구레. 가죽아래 살이름이다. 지방도 아닌데 보들보들하고 , 물론 잘 삶아냈을 때 이야기다.
떡심처럼 아주 딱딱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살처럼 씹혀 녹아내리는 부위도 아니다. 이럴 거 차라리 내장처럼 질기고 향이 있거나 똥이라도 그득 담고 있어서 특수 부대, 아 아니 특수부위처럼 대체재가 없기라고 하면 근사하겠는데 , 참 자존감 떨어지는 부위다. 가죽과 살을 덧대기 위해 중간에 껴 있는 자존감 떨어지는 부위
그래서 A는 자기를 수구레 같은 사람이라고 늘 칭했다. 가끔 인용하는 다른 무엇으로는
치과의 가짜 이빨을 만들 때 붙이는 본드. 그러니까 뼈와 가짜 도자기 사이에 인장력 다른 두 가지를 억지로 잡는 것인데 없으면 안 되지만 혼자서는 별 볼 일 없으니까.
아. 가끔은 부라보 콘 , 월드콘 아이스크림 아래에 아이스크림 컵 과자. 그러니까 월드콘 이름으로 같이 포장재 아래에 있지만 사실은 그냥 당분 그득한 부스러기. 아이스크림 녹지 말라고 버티는 용도.
머 이것 말고도 그 역할에 대한 비유는 많다. 중간계에서 핸들링을 담당하지만 혼자서는 별 볼일 없어서 영업수당도 잘 못 받는.
수구레를 이렇게나 비하한 것 같지만 , 사실 요즘 수구레 국밥 하는 집도 잘 없다. 그다지 고급재료도 아니지만 우리네 먹거리가 이렇게나 푸짐해서 비만의 왕국이 되어버린 마당에 수구레까지 인기 음식이 될 이유도 마땅치 않아 다행히도 아주 다행히도 "욕도 안 먹고 " 찾는 이는 소수인 그렇게도 장르 음식이 되어버렸으니 말이다.
수구레 국밥을 입에 넣고 씹고 있으면 , 수구레 뺀 나머지가 수구레 손 잡고 서로 안 친한데 잘 버티고 있는 것 같아서 아주 기분이 좋다. 물론 그 조화로움 역시 깻잎이 다 가져가지만 , 수구레 아는 사람만 수구레 좋다고 하면 되지 싶다.
조금 더 지나면 이 것 찾는 사람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지만 지금이 딱 좋다. 수구레.
나 같아서 좋다. 별 필요 없는 세상에 그래도 아주 필요 없는 사람이 아니라 가끔은 자리가 있을 것 같아서 말이다.
아차차 A라고 써야 하는데 이렇게 또 뻔한 실수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