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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밥 짓는 사람 Dec 28. 2020

서대와 양태

생선도 자리를 보고 누우면 자리가 다르다.

서대와 양태를 애정 한다.

밋밋한 맛으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서대.
서해안에서 잡히면 그 생김새로 외지 낚시인들에게는 낯선 고기로 불리고 기껏해야 항포구의 오래된 식당 겸 민박집 사장님이 끓여주는 매운탕에서야 그 모습을 찾아볼 수 있는 생선. 요즘 먹는 것에 대한 다양한 기호를 자랑함이 익숙해져서 가끔 실비집 생선 안주로 불리어 나오지만 서대 혹은 박대는 그 동네 출신인 어머님의 50년 전 기억에서나 불리어 나오는 생선이다. 조림이 될 수도 구이가 될 수도 혹은 반건조가 될 수도.... 를 직접 결정할 수 없는 생선 말이다.

양태는 더하면 더했지 모자라지 않다. 양대 혹은 장대라고 불리는 이 사나운 놈은 외모는 조폭 행동 대장격으로 굵은 가시와 뼈대를 지니고 있다. 꼴에 사나운 입도 있고 여하튼 낚시꾼들에게는 소개팅 자리에 나가서 이상형의 반대를 만나게 되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물론 문이 열리기 전까지의 실루엣은 가끔 우럭과 돌돔을 상상하게 한다.) 이 비루한 놈은 조리하기도 쉽지 않다. 일단 먹을게 거의 없다. 생선을 맛봄에 있어 가장 미학적 우위를 자랑하는 대가리 살도 없고, 몸통의 살을 덥석 물어 뜯게 되면 그 거친 가시에 입천장 혹은 치아 사이를 강하게 찔리게 된다. 밥상 앞에서 한 발짝 물러서게 되는 것이다.

서해에서는 이다지도 천대를 받던 생선들이다. 서해는 그러한 곳이다. 생선들에게 차별이 심하고 천대받는 생선은 젓갈도 되지 못하고 비루한 취급을 받는다.

하지만 남해로 오니 이 둘의 밥상 운명이 달라졌다. 건조한 박대를 기름에 살짝 구워 기름진 고등어 옆에서 단아하게 한자리 차지하니 이 또한 어울린다.
양태 역시 새로워졌다. 부서지기 좋은 살을 달달한 간장 녹말 양념을 얹으니, 지금은 쉬이 만날 수 없는 일본 식당의 메뉴 같은 느낌이다.

자리가 존재를 만들어 준다. 심심하고 거친 , 그래서 가치 없던 두 생선이 남해로 조금만 내려오니 맑은 물에서 사랑받는다. (나도 안다. 원산지 조회하면 말이 안 된다는 것을. 생선의 노력이고 그렇게라도 보려는 자존감 낮은 자의 말장난이다.)

생선구이 한상에 한자리 깔고 앉아있으니 너희들도 사뭇 관광지 음식 같다.

생선구이 같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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