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해 여름은 참 더웠던 걸로 기억한다.
그동안 살아오며 우울했던 기억들을 꼽자면
우울하지 않았던 날이 더 적을 정도로 나에게 우울은 친근했다.
삶 자체가 걱정 투성이었던 유년시절 날마다 눈물로 지새웠던 날들
불안했던 학창 시절을 지나 상실감 가득했던 20대를 버텨와
허덕이며 살아왔지만 나는 늘 꿈을 꾸었고 우울함 가운데도
빛을 잃지 않으려 늘 노력했다.
삶을 포기하고 싶었던 날들이 하루 이틀이 아니었지만
그럴 때마다 우울감에 몸을 맡기고 나만의 동굴 속으로 들어가거나
실컷 울어재끼고 나면 가슴이 후련해지고는 했다.
29에 결혼을 하고 30살에 너무나도 사랑스러운 딸을 얻었다.
꿈에 그리던 전세를 얻고 직장도 잘 다니고 있었던 34살의
어느 여름날 나에게 늘 찾아오던 손님 '우울'이 찾아왔다.
나에게는 너무나도 익숙한 손님이었기에
이번에도 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조금 그러다 어느 때처럼 나아질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조금 달랐다.
보통 길어도 3~4일 정도 에너지가 낮아지고
안 좋은 생각을 할지언정 스스로 회복해 오던 지난날과는 달리
몇 주가 지나도 나의 우울감은 극에 달했다.
안 좋은 생각을 매일같이 반복하고 울울 감과 무기력에
시달림을 견디다 못해 나는 자살방지 센터에 연락을 해보고는
고민 끝에 가까운 정신과를 찾았다.
당시만 해도 정신과를 다닌다는 것이 무언가 큰 인생의 오점을
남기는 것만 같이 느껴지던 때였기에 겁이 났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정말 스스로 삶을 포기할 것만 같았다.
그렇게 나는 처음으로 나의 우울증과 대면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