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해짐과 편안해짐은 종이 한 장 차이일까?
나는 대부분의 시간을 멍하니 보내거나 잠을 잤다.
그 시간만은 불안하지도 우울하지도 않았지만
썩 유쾌한 기분은 아니었다.
과거가 더 이상 생각나지 않았다.
좋은 기억도 나쁜 기억도 기억력까지도 사라져 갔다.
나는 하루에도 몇 번이고 잠을 잤다.
현실인지 꿈인지 모를 세계 속에서
살듯 꿈을꿧고 꿈을 꾸듯 살아갔다.
그리고 살이 쪘다.
감당이 안될 만큼 부지런히
몸이 불어갔다.
몸이 무너지고 정신도 불안정했지만
해는 매일 뜨고 삶은 이어졌다.
나는 치료되고 있었다.
오랫동안 함께해 온 나의 검은 개와
헤어지기 위해 나는 매일 꿈속을 헤매는
돼지가 되어갔지만
나는 살아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