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로에 위치한 한 정신과에 찾아갔다.
대기를 하는 중에 엄청나게 많은
환자들을 보며 놀랐다.
이렇게 마음이 정신이 불편한 사람들이 많을 줄 몰랐다.
어떤 이는 나와 같이 눈에 빛을 잃은 채 멍하니
앉아있는 이도 있었고 무언가를 계속 중얼거리고나
알 수 없는 손동작을 반복하는 사람도 있었다.
오랜 기다림 끝에 내 차례가 돌아왔다.
어디서부터 이야기를 하면 좋을지 감이 오지 않아
두서없이 이야기를 시작했던 것 같다.
자라왔던 어린 시절의 이야기부터 나의 감정
그리고 지금의 상태의 이야기가 이어진 뒤
증상에 대한 약을 처방받았다.
그리고는 설문지를 받았는데 500문항이 넘어가는
대단히 많은 양이었다.
다음 진료 때 가지고 오라는 이야기를 듣고는 집으로 향했다.
내가 겪은 우울증의 느낌은 차갑고 어두운 깊은 늪속에
있는데 아이러니하기도 그 늪속이 참 편안한 느낌이랄까?
평생 그 늪속에서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고 가라앉아 있고
싶은 느낌이다.
우울하기보다는 무기력하다.
삶의 어느 부분에서도 흥미와 즐거움이 사라지고
그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침대에만 누워있었다.
하지만 그 늪속에 언제까지나 처박혀 있을 수는 없었다.
나에게는 사랑하는 가족이 있었다.
한 아이의 아버지이고 한 여인의 남편이었다.
나의 무기력의 늪 탈출기는 이제부터 시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