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길고 추운 겨울

힘겨운 계절

by homeross

어릴 적 겨울을 떠올려 보면 분명 추웠을 텐데도 불구하고 무언가 따뜻한 느낌으로 남아있다.

회색빛 하늘 아래서 친구들과 돌아다니며 장난치던 기억들

하얗게 쌓인 눈 위에 반사된 햇빛을 맞으며 정신없이 뛰어놀았던 기억들

긴긴밤 노오란 전구 불빛 아래서 가족들과 TV를 보며 고구마를 먹었던 따듯한 밤들

분명 그때도 어둡고 길고 추운 겨울이었을 텐데 추억이 기억을 보정해 놓았는지

그때를 떠올리면 어쩐지 밝고 따뜻한 느낌이다.


올 겨울은 유난히 춥고 길게만 느껴진다.

두껍고 무거운 북극에서나 입을 만한 패딩을 교복처럼 매일 입는 게 너무나도 지겹다.

사흘이 추우면 나흘은 신기하게 따스했던 예전 겨울과 달리 요새 겨울은 매정하게도 내내 춥기만 하다.


날씨가 따뜻해질 기미가 보이지 않아 자연스레 집에서 웅크리고 있는 시간이 길어지고

웅크리고 있는 시간만큼 방 한구석에는 사람이 오랫동안 한 곳에 머무를 때 쌓이는 특유의 무엇과

지루함만 남아있다.


2월에 중순을 향해가는 지금도 잠시 풀렸던 날씨는 다시금 고삐를 죄며 다시 어깨를 움츠리게 만든다.

어둡고 긴 겨울에 끝을 지나며 어릴 적 따뜻한 겨울을 추억하며 봄을 애타게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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