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날

겨우 숨만 붙어있는

by homeross

그런 날이 있다. 모든 에너지가 바닥난 듯 아무것도 하기 싫은 날 말이다.

몸은 천근만근이고 눈꺼풀을 들어 올리는 것조차 힘겨운 그런 날이 있다.

앞으로의 일은 물론이거니와 한 치 앞도 생각하기 싫은 그런 날이 있다.

모든 것이 의미 없고 모든 것이 귀찮게 느껴진다.


삶은 때로는 아무 일도 없는데 나를 벼랑 끝까지 밀어붙인다.

앞에 말한 것처럼 진짜 괴로운 것은 아무 이유도 없다는 것이다.

삶은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힘들고 괴로울 수 있는 것인가 보다.


이런 날은 오로지 잔뜩 웅크린 채 시간이 지나가기만은 기다린다.

변덕스러운 나의 감정은 어느새 이런 순간들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변하여

마구 날뛰게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37살이나 되었는데 나는 점점 더 나를 모르겠다.

그리고 세상도 더 모르겠다.

모두들 자신의 궤도를 유지하며 살아가는 것처럼 보이는데 나는 아닌 것만 같다.

아니면 혹시 그들도 불안한 마음을 숨긴 채로 살아가는 것일까?


나는 알 수 없이 이 시간만이 흘러가길 기다리고 있다.

잔뜩 웅크린 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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