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산꼭대기이다.
가장 높은 바위에 이르렀을 때 내 배와 뒷다리의 털은 모두 붉은색이 되었다.
그리고 더 이상 바위의 그림자는 보이지 않았다. 다만 짧은 내 그림자만 보인다.
내 생에 가장 높은 바위에 올랐더니 이전의 무리들이 올랐던 저 아래의 바위도 보인다.
이 산에 이렇게 많은 바위가 있는지 몰랐다.
코로 들어오는 바람은 차갑고 싱그러우며, 내 입김은 뜨겁고 연약했다.
그리고 그렇게 오르던 바위의 반대쪽 산의 모양을 보았다.
매일 마주하던 산의 처음 보는 다른 모양.
그 모양이 낯설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했다.
평생 내 뒤쪽의 저 바위까지만 올랐다면 알 수 없었을 산의 반대쪽.
아마 난 이 산의 반대쪽을 알게 된 이 산의 첫 번째 양일 것이다.
산의 반대쪽 모양을 엄마에게 설명해주고 싶다.
그래서 무릎을 꿇고 오랫동안 천천히 눈에 담았다. 평화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