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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태와 태만 Nov 07. 2022

양으로 태어났다.(11)

이제 나만의 길.

숨을 헐떡이며 이쯤이면 괜찮겠지 하는 곳에서 내 몸을 살폈다. 

내 옆구리와 뒷다리에서 내가 이전에 보지 못한 붉은 물이 흐른다. 

연신 그 상처를 혀로 핥아 보았다. 매우 쓰렸다. 

어느 땅에선가 맡아 보았던 흙 냄새가 섞인 맛이다. 

가쁜 숨을 가다듬기 위해 바위의 모서리에서 휴식을 조금 취했다.

날은 어느새 밝아져 바위의 그림자가 길어진 상태다. 

바위 주변의 풀을 조금 씹고 난 다시 길을 나선다. 

옆구리와 뒷다리에서 숨쉴 때마다 뜨거운 물이 몸 밖으로 울컥하는 느낌이다. 

불편한 다리와 옆구리는 움직일 때 마다 조금씩 더 찢기는듯 한 통증이 느껴진다. 

숨은 더 차고 눈은 감기지만 주변의 바위는 더욱 선명하다.

산의 제일 높은 바위까지는 아직 멀다. 

그래도 한 발 한 발 옮겼다. 

아주 천천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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