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나만의 길.
숨을 헐떡이며 이쯤이면 괜찮겠지 하는 곳에서 내 몸을 살폈다.
내 옆구리와 뒷다리에서 내가 이전에 보지 못한 붉은 물이 흐른다.
연신 그 상처를 혀로 핥아 보았다. 매우 쓰렸다.
어느 땅에선가 맡아 보았던 흙 냄새가 섞인 맛이다.
가쁜 숨을 가다듬기 위해 바위의 모서리에서 휴식을 조금 취했다.
날은 어느새 밝아져 바위의 그림자가 길어진 상태다.
바위 주변의 풀을 조금 씹고 난 다시 길을 나선다.
옆구리와 뒷다리에서 숨쉴 때마다 뜨거운 물이 몸 밖으로 울컥하는 느낌이다.
불편한 다리와 옆구리는 움직일 때 마다 조금씩 더 찢기는듯 한 통증이 느껴진다.
숨은 더 차고 눈은 감기지만 주변의 바위는 더욱 선명하다.
산의 제일 높은 바위까지는 아직 멀다.
그래도 한 발 한 발 옮겼다.
아주 천천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