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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태와 태만 Nov 07. 2022

양으로 태어났다.(10)

내가 얼마나 뛰어난 양인지 보여줄게.

무서움과 아픔을 가득 담아 뒷발로 그 동물의 머리를 힘껏 찼다.

그리고 땅도 그 동물의 머리라 여기며 더 세게 찼다.

한 번. 두 번. 세 번.

번 수가 더해질수록 더욱 힘차게 뒷발을 찼다.

때마침 눈 앞에 큰 바위가 나타났다.

망설임 없이 단박에 올라야 한다.

눈을 감고 몸을 튕겨 올렸다.

달려오던 탄성을 진짜 마지막인 것처럼 수직으로 방향을 바꾸어 뒷다리를 힘껏 찼다.





나는 날아오른다.

내가 살아왔던 생에서 가장 높고 긴 포물선의 움직임이라 생각했다.

그 순간 아래를 보았다.

무서운 눈과 날카로운 이빨의 동물들이 달리던 것을 멈추고 멍하니 날 바라본다.

착지하는 순간의 탄력을 다시 뒷다리에 실어 다른 더 높은 바위 쪽으로

방향을 바꾸어 뛰어 올랐다.

그렇게 방향을 바꾸어 뛰어오른 몇 개의 바위 밑으로 그 무서운 동물들이 까마득해졌다.

아주 멀리 있지만 그 동물들은 그 자리를 떠나지 않고,

날 바라보며 몸을 진동하여 소리를 냈다.

또 왠지 구슬프고 긴 소리로 울부짖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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