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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치남 Nov 09. 2021

우울증 셀프 치료 가능할까요?

담당의가 바뀌니 내 마음도 바뀌었다. 

 내 의견은 물어보지 않고 처음 찾은 정신건강의학과 담당의가 바뀐 것에 소박하게 항거하듯 병원 문을 박차고 나온 뒤에 잠시 고민을 했었다.


'다른 병원에 가야 할까?'


  그냥 셀프 치료를 하기로 했다. 처음부터 내가 가고 싶어서 간 것도 아니었고 아직도 정신건강의학과는 정신병원이라는 이미지를 떨쳐버릴 수 없었다. 그리고 만사 귀찮았다. 그때부터 나만의 셀프 치료를 시작했다.


  좋아하는 책 읽기

  성공학 관련이나 심리학 관련 책을 주로 읽었다. 책을 읽고 있노라면 혼자라는 생각이 들지 않고 작가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는 착각에 빠졌다. 나와 생각이 비슷한 사람과 대화를 나누는 것보다 더 행복한 일은 없다. 그렇게 난 책 속에 푹 빠져서 지냈다. 책을 읽는다는 것 자체가 마음의 치료가 되는 것 같았다.


  운동하기

  어려서부터 워낙 습관화가 되어서 하루라도 운동을 하지 않으면 좀이 쑤신다. 동네 헬스장을 다니다가 코로나가 터지기 전에 지인의 권유로 자전거 라이딩을 시작했다. 운동하는 동안 생각을 정리할 수 있었고 몸이 힘들고 땀을 쭉 빼고 나면 살아있는 느낌이 들어 좋았다. 체력이 좋아지니 마음도 단단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자연 속을 걷기

   사실 걷기는 자전거를 탈 수 없는 상황들이 벌어지면서 자연스럽게 시작하게 되었다. 자전거는 정말 무리도 가지 않으면서 자연도 즐길 수 있는 최고의 운동이었지만 환경에 영향을 받는 약점이 있었다. 비가 오거나 겨울이 되면 타지 못한다. 그래서 장마철에 걷기를 시작했고 주말에는 등산까지 하게 되었다. 자연 속을 걷다 보면 정말 마음이 평안해졌다. 정상에 올라서 멋지게 펼쳐진 광경을 보고 있노라면 내 속에 응어리진 것들이 한꺼번에 날아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친구와 소통하기

  생각이 비슷하고 나를 잘 이해해주는 친구 몇 명만 교제했다. 이 놈 저놈 만나봤지만 오히려 속을 뒤집어 놓는 일이 자주 발생해서 만나는 사람을 최소화했다. 특히 자기 잘난 척하는 놈들은 피했다.

  아산에서 과수원과 카페를 하는 동생네 부부를 자주 찾아가서 만났는데 하루 종일 이야기해도 시간 가는 줄 모를 정도로 서로 공감하는 부분이 많았다.

  두 살 어린 친동생은 내 인생에 제갈공명 같은 역할을 한다. 작은 일이든 큰 일이든 선택의 기로에서 고민할 때 현명한 답을 내놓는다. 정말 든든한 지원군이다.


  연애하기

  혼자되고 나서부터 좋은 인연을 만나려고 끊임없이 노력했다. 연애를 하면 설렘과 내가 살아있는 느낌이 든다. 교제하는 동안에는 외로움도 떨칠 수 있다. 물론 상대를 잘못 만나면 부작용도 있지만 모든 일에는 동전의 앞뒷면이 있다고 생각된다.


  꿈에 도전하기

  직장 생활은 솔직히 무료했고 미래도 없어 보였다. 혼자 있다 보니 퇴근 후나 주말에 유튜브를 운영했었다. 구독자에 너무 집중한 나머지 생활 전반에 영향을 미쳐서 1년 만에 그만두었다. 그 이후 고민을 하다가 편안한 마음으로 틈날 때마다 글을 쓰고 있다. 무언가 열심히 사는 인생이라는 생각이 들어 나 스스로가 대견한 생각이 들어 좋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없애는데도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신앙생활 하기

  솔직히 나는 나를 믿지 않는다. 작심삼일이라는 말처럼 나는 나약하고 연약하다. 옳은 것을 알면서 그렇게 하지 못할 때도 있고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서 그 일을 행하기도 한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툭하면 두려움에 휩싸이기도 한다. 그래서 난 틈만 나면 한숨짓듯 신에게 매달린다.

   

   '온유한 사람, 인내가 많은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제가 앞으로 평생 할 수 있는 일을 허락해주옵소서.'




   하여간 난 다양한 방법으로 셀프 치료를 시작했다. 그 효과는 어땠을까? 가장 가까운 어머니나 동생이 3년 전 처음 한국에 왔을 때보다 훨씬 좋아졌다고 했다. 멍하게 있는 일도 줄고, 술도 자제하고, 새로운 일에 도전하고, 주위 사람들의 기분도 살필 줄 알게 되었다고...


  하지만 셀프 치료만으로 완치가 가능하냐는 질문의 나의 대답은 NO!이다. 셀프 치료가 분명히 도움은 되지만 완치를 목적으로 치유를 한다면 전문가의 도움을 꼭 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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