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 치료를 받으면서 의사 선생님이 권하지 않는 것들과 내가 피부로 경험하면서 우울증에 해가 된다고 생각하는 것들은자제하거나 멀리한다.
음주
난 술을 엄청 좋아했다. 그래서 술집을 한적도 있다. 그러다가 교회를 열심히 다니게 되면서 12년간 끊었다가 이혼 전후로 가끔 맥주 한잔 하던 게 인이 박히고 매일 마셨다
특히 외롭거나 울적하거나 힘들 때 술을 마셨다. 다른 사람들은 기분 좋을 때 술 마시는데 너는 왜 기분이 나쁠 때만 술을 마시냐고 반문하는 친구도 있었다. 난 술을 기분을 업시키는 데 사용했기 때문에 기분이 좋을 때는 마실 필요조차 느끼지 못했다.
서문이 길었는데 어쨌든 의사 선생님들은 술을 자제하라고 당부했다. 자꾸 술을 의지하면 치료가 힘들다는 이야기였다. 그리고 나 자신도 술로 인해서금전적으로나 건강에 도움이 안 된다고 판단하여 술을 끊었다. 지금은 술을 끊으니 아침에 일어나도 몸이 가벼워서 좋다. 개인적으로 가볍게 술을 마실수 있는 사람들은 관계없지만 나처럼 자제가 안 되는 사람은 아예 끊는 게 우울증 치료에 도움이 된다.
나를 힘들게 하는 인간들
세상을 살다 보면 제일 힘든 것이 인간관계다. 세상에서 태어나면서 나도 원하지 않게 가족이라는 뜰안에 갇힌다.또 먹고살아야하고 외롭지 않으려고 또 다른 힘든 인간관계를 맺고 살아간다.
특히 개성이 지랄 맞은 사람들과 반대로 잘난 친구들, 그냥 주는 것도 없이 싫은 사람들을 난 피하는 편이다. 그냥 만나기만 해도 심장이 벌렁거리면서 이상 증세를 보이기 때문이다. 보통사람들은 이걸 잘 풀어갈 방법이 있겠지만 나 같은 우울증환자의 경우는 기껏해야 억지로 참는 것이다. 그리고 그 후유증은 오랫동안 나의 몸과 정신을 지배한다. 그래서 나는 무조건 피한다. 억지로 만나게 되면 꼭 필요한 말 외에 하지 않는다.
하기 싫은 일
'사람이 어떻게 하고 싶은 일만 하면서 사냐?'
어른들이 늘 하시던 잔소리다. 이제 반평생 살다 보니 대충 그 의미를 알 것 같다. 하지만 난 가족이나 타인에게 피해가 되지 않는다면되도록 하기 싫은 일은 하지 않는다.
돈 버는 일, 가사노동 등은 하기 싫어도 하지만 아래 일들은 하지 않는다.
[재무]
그중에서 돈 관계된 업무는 하지 않으려고 한다. 회사에서 매달 실비처리를 하는 것도 머리가 아파 직원을 시킨다.
한 달에 개인적으로도 얼마가 들어오고 얼마가 나가고 얼마가 저금되는지만 안다. 가계부까지는 아니더라도 세부내역을 알아야 지출을 줄일 수 있다고 하는데 지출 줄이다가 머리가깨질 것 같아 포기했다. 그래서 그런지 은행 직원 분들을 매우 존경한다. 그냥 즐겁게 살고 싶다. 안다고 더 절약될 것 같지 않다. 괜히 기분만 더 상할 것 같다.
[투자]
주위에서 주식과 부동산 투자에 대해서 하도 권유를 해서 책을 몇 권 들여다봤다. 나같이 과도한 열정을 가진 놈은 발조차 들여놓으면 안 된다는 것을 느끼는데 3개월도 걸리지 않았다. 책만 봐도 머리가 깨지는 것 같았고 나 자신이 더 한심하게 느껴져서 바로 접었다.
'뱁새가 황새 쫓아가다 가랑이 찢어진다.'
잔소리
어려서부터 잔소리를 너무 싫어했는데 반백살이 되니 정말 듣기 싫다. 회사 상사로부터 한소리 들으면 한 달간 기분이 엿같거나 심장이 벌렁거리면서 별의별 생각이 다 난다. 그래서 나도 부하직원이나 아이들한테 침묵하려고 노력한다.
소음
차 소리, 크게 튼 음악, 꼰대들 큰소리, 층간소음, 도심지의 까마귀 소리 등. 난 소리에 유난히 민감하다. 심장이 벌렁거리면서 신경이 예민해지고 기분이 다운된다.
그에 반해 새소리, 바람에 나부끼는 나뭇잎 소리, 개울 흐르는 소리, 파도소리 등 자연의 소리를 들으면 힐링이 된다. 도시를 떠나 살고 싶은 이유다.
의미 없는 주말 보내기
특히 주말에 집에서 멍하니 텔레비전 보는 것을 제일 싫어한다. 나 자신이 한심해 보이고 시간을 낭비하는 것 같아 삶이 무기력해진다. 한 주의 시작 자체가 기운이 빠지고 의욕이 없어진다. 그래서 주말에는 꼭 자연을 찾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