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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으로 틀어진 인간관계.

난 인간관계가 제일 힘들다 ㅠㅠ.

 우울증을 겪으면서 가장 힘든 점은 인간관계가 아닐까 싶다. 결혼 후 1년간 피 튀기게 싸우다가 교회를 열심히 다니면서 온유하고 참을성이 많은 사람이 되고 싶어서 다양하게 노력을 했다. 그런데 결론은,


  '사람은 잘 변하지 않는다.'

  '사람은 고쳐 쓰는 게 아니다.'


  라는 말에 어느 정도 공감할 정도로 나의 성품은 별로 나아지지 않았다. 이십여 년이 지난 지금도 많은 노력을 하고 큰 아픔을 겪으면서 나 자신을 많이 돌아보는데도 딱 눈곱만큼 좋아진 것 같다. 


 중국 23년 생활을 접고 막 한국에 돌아왔을 때 잠시 어머니와 살았다. 나도 모르게 인생이 힘들어진 것을 어머니 탓으로 돌렸다. 전 집안이 반대했는데 괴물 같은 아버지와 왜 결혼해서 우리까지 인생이 꼬이게 만드셨나며 어머니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효도를 한답시고 여행을 모시고 나갔다가도 어머님이 내 맘에 안 들게 고집을 부리시면 바로 욱해서 큰 소리를 쳐서 분위기를 망쳤다. 결국 어머니와 부딪힐 때마다 나를 자책하게 되어 분가를 하고 혼자 살게 되었다. 


  친동생도 어려서 나랑 똑같이 어려운 환경을 뚫고 나오다 보니 성격이 독특하다. 거기다 미술까지 전공해서 괴팍하다고 하는 것이 더 옳을 것이다. 그러다 보니 우리 둘이는 5분 이상 이야기를 지속하지 못했다. 거의 1년간 서로 연락하지 않고 지내다가 얼마 전부터 다시 연락을 하기 시작했다.

 

  여자 친구를 사귈 때도 조급한 성격과 욱하는 마음에 오래가지 못했다. 나이가 있으니 서로 힘 빼지 말고 정말 좋아하는 마음이 생기면 바로 미래 이야기를 하고 힘을 합쳐서 미래를 개척해 나가자고 했다. 여자들은 너무 성급하다고 하고 시간을 끌었고, 난 쓸데없이 열정과 돈 낭비하기 싫어서 바로 관계를 접었다. 


  지금의 직장상사는 이전에 중국에서 일할 때 고객사 대표이다. 서로 종교도 같고 술도 좋아하지 않아서 친하게 형 동생 사이가 되었다. 형님이 6년 전에 중국 회사 글로벌 리더가 되었고, 코로나 전에 나를 스카우트했다. 형님은 재미교포라 1년에 서너 번 만날까 말까 하고 전화나 톡으로만 일하는데 자꾸 의견 차이로 부딪힌다. 사실 형이기 이전에 상사니까 내가 항상 굽히고 들어가야 하는데 내 관점에서 앞뒤가 안 맞는 소리를 하면 욱해서 날이 선 목소리로 항의를 하곤 한다. 지금은 서로 서먹서먹한 사이가 되었다.


  난 공공장소에서 크게 스피커로 영상을 보거나 음악을 듣는 사람들, 큰소리로 이야기를 하는 꼰대들, 마스크를 하지 않는 사람들 한테도 못 참고 바로 항의한다.  


  그전에는 그저 내 성격이 개떡 같아서 차분하고 온유하게 사람들을 대하지 못하는구나 자책을 자주 했다.  자책을 하게 되면 자존감이 떨어지고 자꾸 악순환이 된다. 간절하게 신에게도 매달려 보고 관련 책도 많이 읽고 몸부림 쳐봤다. 하지만 그 변화는 정말 미비했다. 답답하고 미칠 노릇이었다. 하지만 우울증 판단을 받고 나서 이건 단순히 내가 잘못된 것이 아니고 어려서부터 받은 영향과 어른이 되어서도 받은 상처들로 인해서 우울증으로 발전된 것이라는 말이 많이 위로가 되었다. 그리고 우울증은 병이고 약물치료와 운동 등을 통해서 치유가 가능하다고 하니 정말 소망이 생겼다. 


  '그래 이건 다 내 탓이 아니야. 이건 병이야. 병이라면 치료할 수 있다.'


  이제 자책하는 것을 넘어서서 병을 치료하는 마음으로 매주 병원에 가서 상담받고 약물치료를 하고 있다. 의사 선생님이 말리는 술은 끊었고 적극적으로 권유해주시는 운동과 등산, 그리고 종교생활을 열심히 하고 있다. 인간관계의 관점에서 치유를 100%로 친다면 30% 정도 개선되지 않았나 생각된다. 요즘은 가족들이나 지인들이 조금 나아진 것 같다고 평가해준다. 


  "형, 이전보다 많이 좋아졌어."

  "요즘은 중간에 말을 안 끊으시네요?"


   말하기보다 더 많이 들으려고 하고, 욱해서 상대편 기분을 망쳤을 때는 바로 사과한다. 


  "말이 많으면 허물을 면키 어려우나 그 입술을 제어하는 자는 지혜가 있는니라."
                                                                                                          - 잠언서 중에서 -


  꼭 필요한 말이 아니면 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상대편이 기분 나쁜 말도 하지 않으려고 신경 쓴다. 물론 아직도 100% 내 입술을 제어하지 못하지만 그래도 조금씩 좋아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평생에 목표를 온유하고 참을성 많고 편안한 사람이 되는 것을 목표로 삼고 다양하게 노력 중이다. 그리고 우울증이 어느 정도 치유가 되면 내 목표도 어느 정도 달성할 것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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