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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치남 Nov 10. 2021

우울증 약물치료로 가능한가요?

전문가의 도움을 받다. 

  2021년 6월까지 대략 3년 동안 내 힘으로 우울증을 극복하겠다고 결심하고 부단히 노력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몇몇 증상들이 혼자 짊어지기에 너무 버겁게 느껴졌다.


  가끔 욱하는 성격으로 상사와 다투거나 어머니나 아들에게 큰 소리를 치는 일이 발생하면서 스스로에 대한 자책감으로 너무 괴로웠다. 그리고 미래에 대한 불안감에 매일 밤 맥주 한 캔을 마시지 않으면 잠을 잘 수 없는 불면증도 일상생활을 망치는 주범이었다.


  마침 친한 친구도 부모님이 약물치료를 받고 좋아지셨다고 병원에 가서 치료받을 것을 권유했다. 당시에는 양재동에 살았는데 주변에 있는 두 곳의 병원에 전화를 해봤다. 처음 전화한 데서 불친절한 간호사의 목소리가 들려와서 바로 끊고, 두 번째 병원에 전화를 했다.


  "우울증으로 치료를 받고 싶습니다. 예약 가능할까요?"

  "네, 예약 가능합니다. 처음에 오셔서 검사하는데 검사 비용은 5만 원이고 진료비는 1만 원 정도 나오실 겁니다."

  

  3년 전에도 검사 비용이 있었을 건데 오래되어서 잊어버렸다. 이후에 병원을 옮겨 다니면서 매번 검사를 다시 했는데 검사하는 병원마다 내용은 비슷한데 방식이 다르고 검사비도 천지 차이라는 것을 몸소 체험하게 되었다.


  하여간 친절한 간호사의 목소리에 마음이 녹아서 예약을 하고 당일날 조금 일찍 방문을 했다. 간호사가 건네준 문지는 원본을 복사한 티가 팍팍 났지만 조용한 CCM 음악(교회음악)과 막 개원한 깔끔 인테리어가 마음에 들었다. 소파에 앉아서 30분 정도 질문지에 체크를 했던 것 같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나이가 지긋한 의사분이 안경 너머로 인자하면서도 날카로운 눈매로 나를 반겼다. 벽에 걸린 명문대 외래교수 증서들이 눈에 들어왔다.


   잠시 검사지를 훑어보고 나서 의사가 물어왔다.


  "어떤 게 가장 힘들지요?"


  어려서 배경이나 지금의 상황들을 건너뛰고 갑자기 '훅' 들어오는 느낌이 들어서 당황스러웠다.


  간단하게 3년 전 잠시 병원에 갔던 이야기. 셀프 치료를 했는데 해결이 잘 안 되는 부분들에 대해서 설명했고 특히 욱하는 성격과 미래에 대한 불안 그리고 불면증에 대한 고민을 털어놨다.


  "우울증에 걸리면 일반적으로 오는 증상들입니다. 우울증은 뇌가 병에 걸렸다고 보면 되는데 온 몸의 신경과 다 연결되어 있으니 전반적으로 몸 전체에 영향을 주게 됩니다. 근육통, 신경성 대장 증상 등이 그 증거이지요. 마음이 아프다고 하면 심장이 아픈 것으로 착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사실 뇌가 아픈 것입니다. 그래서 불안하기도 하고, 두통을 호소하기도 하고 불면증도 오는 것입니다."

  "제 우울증, 치료가 가능할까요?"

  "그럼요, 자신의 증상에 대해서 분명하게 인지하고 있다는 것은 우울증이 아주 심각한 상황은 아니라는 증거입니다. 고치려는 의지도 있는 것 같고요. 꾸준히 항우울증 약을 복용하게 되면 우울증 개선뿐 아니라 불면증에도 큰 도움이 됩니다. 하지만 최소한 6개월은 지속해서 복용해야 분명한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그러면 완치도 가능하단 말씀인가요? 약도 평생 복용하는 게 아니고 치료가 되면 끊을 수 있다는 말씀인가요?"

  "그럼요, 항우울증제가 일단 기분이 업다운되는 정도를 많이 잡아줍니다. 처음에는 효과가 없는 듯 하지만 몇 주 지나면 곧 효과를 나타낼 것입니다. 그리고 사람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환자의 경우 꾸준히 6개월만 복용하면 더 이상 약물치료는 할 필요 없게 될 수도 있습니다."

  "정말인가요?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그렇게 나의 자발적 우울증 치료가 시작되었다.  처음 한 달은 매주 방문해서 5분 정도 상담을 받고 두 번째 달부터 2주마다 가서 상담을 받았다.


웰브트린 엑스엘정 150밀리그램(0.15그램) / 아침 식후 한 알
에프람 정 5밀리그램 (에스씨 팔로프 람 옥살 산염)/ 저녁 식후 한 알

  

  첫 주는 크게 효과를 본 것 같지 않았지만 개선될 수 있다는 말에 최선을 다해 복용했다. 솔직히 일주일에 한두 번 빼먹기도 했다. 3주 차가 되면서 약효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특히 이유도 없이 기분이 다운되거나 가슴이 답답해지는 횟수가 줄어들기 시작했고 밤에도 잠을 푹 자는 횟수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6주 차부터는 2주에 한 번만 오라고 했다. 하지만 하남으로 이사를 가게 되면서 새로운 병원을 찾게 되었다. 집 근처를  검색해서 4군데나 되는 병원에 전화를 했지만 향후 3개월까지 예약이 꽉 찼다는 간호사의 실망스러운  답변만 돌아왔다. 


  친구가 부모님이 다니시는 병원을 소개해서 거리가 조금 있지만 용하다는 말에 일단 성남까지 가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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