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이 글을 쓰고 있는 나,
바로 삼월이 첫째 언니다.
지금은 삼월이의 우선순위에서 밀려났지만
처음 삼월이가 우리 집에 왔을 때는
첫째 언니 껌딱지였다.
화장실 갈 때, 잠시 밖에 나갈 때
어디든 따라오려 하고 내가 보이지 않으면
날 그렇게 찾았다.
그래서 늘 내 옆에는 아기강아지 삼월이가 있었다.
삼월이가 처음 우리 집에 와서 2주 정도는
한동안 표정이 뚱했다.
우리 가족 된 게 마음에 안 드나 싶은
걱정이 몰려올 만큼 항상 뭔가 억울한 듯한
무표정에 어떤 소리도 내지 않았다.
2주 정도의 시간이 지나자 우리 집에는
남아나는 게 없기 시작했다.
집 기둥, 나무 의자, 휴지
모든 물건이 삼월이 장난감이 되었고
죄다 물어뜯어버렸다.
이빨이 자랄 때는 손도 물고 발도 물고
뭘 이렇게 입에 넣고 무는 지....
팔이며 다리에 온통 긁힌 상처였다.
잠시 집을 비울 때면 서프라이즈로
혼자 휴지 파티를 벌리곤 했다.
그런 삼월이 덕에 하루 3번 청소는 기본
물건도 안 보이는 곳에 정리하다 보니
한동안 우리 집은 깨끗했다.
이 앙큼한 아기강아지는
사고를 치기 시작하면서부터 표정이 다양해졌다.
삼 월 이가 웃는 게 얼마나 치명적인지
계속 보고 싶어서 여기저기 많이 데려 다니고
좋은 걸 본 날에는 삼월이와 함께
한 번 더 들리곤 했다.
좋은 곳에서 삼월이를 생각했다면
내가 점점 삼며들고 있다는 증거 아니었을까.
어릴 때부터 삼월이는 주말에는 할머니, 할아버지를 따라 농장에 가고는 한다.
삼월이가 맡은 임무는 두더지와 쥐를 잡는 건데
오히려 두더지보다 더 한 땅파기 실력으로
온 농작물을 헤집어 놓는다.
아마.... 두더지를 잡기보다는
도망치게 하는 방향으로 작전을 짠 듯하다.
삼월이는 내가 힘든 시기에 나타난 존재인데
삼월이를 키우다 보니 정신없이 하루가
지나가버리기 때문에 힘들어 할 시간이 없었다.
실외 배변을 하기 전에는 정신없이 배변패드를 갈고 털을 빗기고 청소기를 돌렸다.
그런 나의 노고를 아는지
삼월이는 천사처럼 잘 자고 잘 먹고
사고도 잘 쳤다.
그럼에도 삼월이가 밉지 않은 건
의도 없는 순수함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우리 가족 모두가 함께 삼월이를 키워나가고 있지만 전반적인 관리는 내가 한다.
삼월이 사료부터 영양제를 고르고 구매하고
정기적으로 위생미용, 귀청소 등등
똥오줌만 잘 치우면 된다고 생각한
나의 안일함을 반성하는 중이다 .
크고 작은 선택 중 가장 고민이 됐던 건
중성화 수술 시기이다.
삼월이 중성화 여부에 대해서부터
우리 대가족의 의견이 분분하여
꽤 긴 시간을 거쳐 토론을 했다.
결국 과반수로 중성화를 하기로 결정했고
시기는 1년이 지나서 혹은 생리하기 전
출산을 한 번 하고 나서
세 가지 선택권이 주어졌다.
많은 고민 후 삼월이는 생리하기 전 8개월쯤
1년이 조금 안 돼서 하게 됐다.
수술하고 회복실에 있는 삼월이를 보고
엄마는 눈물을 흘렸고 나도 마음이 아팠다.
회복하는 2주 조금 넘는 시간 동안
나는 삼월이 옆에서 밤낮으로 간호했다.
아침, 저녁 소독해 주고 붕대 감겨서 옥상 산책
그리고 탄단지 골고루 든 식단으로 직접
밥을 만들어서 배식해 줬다.
그리고 혹시 수술한 곳이 아플까 봐
회복할 때까지는 삼월이와 거실에 잠을 잤다.
일찍 중성화를 하면 많이 못 큰다는 말이 있어
걱정을 많이 했는데 걱정을 무시하듯
우리 삼월이는 암컷임에도 30kg 뚱견이 됐다.
상처도 잘 아물고 지금은 잘 먹고 잘 놀고
아주 건강하게 잘 자라는 중이다!
삼월이 아기 때 많이 안아주지 못한 거 같아
아쉬웠는데 간호하면서 삼월이 옆에
24시간 꼭 꼭 붙어있었던 그 시간들이
지금 돌이켜보면 너무 행복했다.
또 한 가지, 삼월이가 나를 변화시킨 것 중 하나는
나의 취향을 바꾼 것이다.
인형이라면 질색팔색인 내가 요즘은
강아지 인형만 보이면 삼월이가 떠오른다.
그렇게 내 방에는 벌써
댕댕이 인형이 3개나 된다.
댕댕이 인형도 다른 건 귀엽지 않고
오직 베이지색 금색 털을 가지고 뭔가
억울하게 생긴 인형만 귀엽게 느껴진다.
지금은 삼월이 애정 순위에서 밀려버린 나지만
내 애정 순위에서 삼월이는 상위권이다.
나랑만 산책하면 바닥에 드러누워 가족 중
다른 누군가를 기다리는 삼월이지만
나는 집 밖에 나가는 순간부터
삼월이가 보고 싶다.
이런 일방적인 사랑...... 맞는 걸까....ㅎㅎ
시간이 나면 삼월이랑 놀러 많이 다니려고
노력하지만 큰 댕댕이를 데리고 여행 다니기란
쉽지가 않다. 너무 제약적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삼월이와 함께 여행한 순간들은
유독 기억에 오래 남고 떠올리면 미소가 지어진다.
아마 힘들었기 때문 아닐까~~ ㅎㅎㅎ
그래도 귀염둥이 삼월이 항상 사랑한다.
다음은 삼월이의 둘째 언니를 소개해보고자 한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