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없이 당신이 곱게 키운 손녀를 안아보며 할아버지가 울었다.
아끼는 후배 결혼식에 갔다.
부모 없이 당신이 곱게 키운 손녀를 안아보며 할아버지가 울었다.
그 고운 화장 다 번지게 후배도 눈물을 흘렸다.
후배는 엄마의 얼굴을 모른다고 했다. 태어난 지 한 달도 안돼 엄마와 헤어지고 할아버지 집에서 아빠와 살았다고 했다. 그래도 세상 든든한 두 남자의 사랑을 받으며 예쁘고 야무지게 자랐다.
공부를 잘해 명문고등학교에 진학했다. 명문이란 이름답게 공부는 벅찼다고 했다. 야간 자율학습이 끝난 어느 날 오랜만에 아빠가 데리러 왔다.
"많이 힘들지?"
조그만 체구에 무거운 책가방을 맨 딸의 어깨를 보며 아빠가 물었다. 아빠는 안쓰러운 눈으로 딸을 바라보며 웃었다. 그리고 다음날 아빠는 사고로 돌아가셨다.
'많이 힘들지?' 이 한마디가 마지막이었다.
후배는 그 따뜻한 한마디 뒤에 웃어주던 아빠의 얼굴이 신이 베풀어준 마지막 선물 같다고 했다.
그렇게 아빠마저 잃었다. 그러나 더 끈끈한 할아버지의 사랑을 받았다. 간호사로 일하며 힘든 3교대를 버티고 쉬는 날이면 할아버지 집으로 갔다.
"옥돔 먹으러 할아버지 집에 가요"
매번 이렇게 대답했다. 할아버지는 손녀가 올 때마다 옥돔을 구웠다.
제주도 어르신들은 요즘도 옥돔보다 더 맛있는 생선은 세상에 없다고 생각하신다.
그 손녀가 오늘 어여쁜 신부가 되었다.
부모 없이 당신이 곱게 키운 손녀를 안아보며 할아버지가 울었다.
그 고운 화장 다 번지게 후배도 눈물을 흘렸다.
옥돔을 구워주던 그 손으로 할아버지는 눈물을 닦아 주었다.
저 눈물 속엔 우리가 다 알 수 없는 만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할아버지와 손녀만 알고 있는 이유.
할아버지 가슴속에 묻어둔 오래된 이유
손녀가 차마 말하지 못한 속 깊은 이유.
소리와 뜻으로 만들어진 말이 도달할 수 없는 저 깊은 곳까지 도달하는 눈물이었다.
든든한 신랑이 신부의 눈물을 닦아 주었다. 어여쁜 신부가 배시시 웃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