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음미하는 삶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팟캐스트 인트로 중 일부 발췌(2)

by 끌로드

GOH: 안녕하세요

주말은 잘 보내셨나요? 저는 오랜만에 주말을 통해 가족과 친구들을 만났습니다.

사랑하는 가족들과 원수 같은 친구들과 만나는 것은 언제나 즐거움의 한 장면으로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가끔 이런 행복한 상황 속에서 이와 같은 질문을 하곤 합니다.

'아, 내가 지금 행복한 이유가 뭘까?'

청취자분들도 이런 사유를 해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인생은 추상이라 오로지 정의는 나의 몫'

얼마 전 제가 sns에 이런 글을 업로드한 적이 있습니다.

포스트모더니즘에 대한 책을 읽고 있을 무렵이라 추상에 대한 생각이 많았나 봅니다.

인생은 추상이다...

추상은 구상과 달리 특정 지을 수 없어 공통되는 특성이나 속성을 파악하는 것입니다.

구상 지을 수 없기에 저마다의 정의가 필요한 것이겠죠.

아마 삶이 끝나 갈 때까지 정답은 찾지 못할 것 같다는 막연한 생각이 듭니다. 다만 그때의 해답만 있을 뿐.


그러다 최근에 알랭드 보통의 <여행의 기술>이라는 책을 읽었는데 책을 읽으며 공감되는 주제가 많았습니다.

제 나름 책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자면, 오늘의 팟캐스트 제목처럼 '음미하는 삶은 얼마나 아름다운가'입니다.

여행을 갈 때 느끼는 설렘과 행복은 어디서 오는가에서 시작해 방구석 여행으로 끝나는...

사실 여행을 끝내고, 내 삶으로 돌아오면서 어떤 마음가짐으로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실리적인 책이었습니다.

여행을 가면 전 세상 모든 것이 새롭다 보니 가슴 깊이 느끼려고 다가갑니다.

공항 전광판에 보이는 항공 스케줄, 비행기의 엔진소리, 이미그레이션에 만나는 첫 현지인, 숙소로 가는 길에 본 이국적인 풍경, 코를 톡 쏘는 향신료 냄새. 심지어 '맥주 맛집'이라 베트남어로 적혀 있는 간판마저 아름다운 장면으로 기억됩니다.

하지만 정작 제가 사는 동네 풍경은 이렇게 깊이 본 적이 없더라고요

그저 직장과 집 사이를 통하는 길, 어떻게 하면 빨리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지를 고민하는 곳이었습니다.


오늘 혼자 영화를 보며 집에 돌아오는 길에

들국화의 매일 그대 와를 들으며 천천히 동네를 관찰했습니다.

거리를 따라 줄 서있는 가로수의 줄기는 하늘을 향해 뻗고 있었고요.

아직 마르지 않은 비로 이불 덮은 토성이 있었습니다.

꽤 큰 교회 옆에는 천기누설 몽룡도령 무당집도 있었고,

공원 벤치에 앉아 흘러가는 시간과 대화하며 막걸리를 마시는 할아버지가 있더라고요.

그저 지나가는 풍경에서 하나하나 뜯어보니 저마다의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오늘 동네가 참 낯설게 느껴졌습니다.

음미하고, 조용히 침잠해 사유하다 보니 어느덧 집에 도착했습니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의자에 엉덩이를 붙이자마자, 타자기를 두드리자마자

'음미하는 삶이란 얼마나 아름다운가'란 타이핑된 모니터를 볼 수 있었습니다.


또 내일이면 바쁜 현생에 치여 음미는 무슨 대충 삶을 구겨 삼킬 수도 있지만 오늘 인생을 즐기는 방법은 느긋하게 맛보는 삶이었습니다. 돌아오지 않을 하루에 이렇게 추상의 정의를 써내려 가다 보면 제 인생의 부록에는 행복이 적혀있지 않을까요?

청취자분들의 추상엔 어떤 이야기가 쓰일까요.

음미하는 일퍼센트 지금 시작합니다.



keyword
화요일 연재
이전 12화초인은 어디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