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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남 조 Sep 08. 2024

금혁이아빠(1)


그런데 그 설마가 역시나였다.

" 자, 출발~"


하고 군대식으로 구령을 치듯 말하며 앞장서 내앞을 휙~지나갈때 나는 냄새,  역시나 술이였다.


나는 어처구니가 없었다.


뭐, 그의 주량에 비하면 그까짓 약통 한병정도쯤이야겠지만 저를 믿고 이 위험한길을 나선 일행들 앞에서조차 술을 마시다니..


것도 이 상황에  어린 조카벌되는 애들앞에서..


금혁이 아빠는 원래 지독한 술꾼? 애주가? 아니 술고래다.


그는 술만 있다면 걸어서 백리길도 마다하지 않을 사람이다.


아니, 그보다 더 적중한 표현은 와이프냐, 술이냐 둘중 선택하라면 술을 선택할 사람이다.


내가 아는 금혁이 아빠는 그런사람이다.


그놈의 술때문에 말도많고 탈도 많았다.


금혁이 엄마랑 매일같이 다투고 이혼문턱까지 간것도 그놈의 술때문이다.


주머니 돈이 조금만 생겨도 먼저 술이고 돈 없으면 동네 술장사 하는 집들에 금혁이엄마 이름팔아서 그가 달아놓은 외상술값 없는집이 없다.


그러니 금혁이엄마는  알지도 못하는 외상술값 독촉을 한,두번 받았겠는가.


그한테도 이름은 기억나지 않지만 고등중학교 1학년인가 2학년인 딸이 있다.


금혁이 엄마는 어떻게든 그 딸 하나를 먹여살리기위해 눈이오나 비가오나 매일같이 장마당에 나가서 쌀장사를 한다.


삼수군이나 갑산군, 신파군(김정숙군)*[김정숙_김일성의 부인]*이나 후창군(김형직군) *[김형직_김일성의 삼촌]등


주변 농촌들에서 나는 쌀이나 강냉이, 콩같은 작물을 도매로 받거나 압록강 국경경비대를 비롯한 혜산시내, 또는 주변에 주둔한 군부대에서 부대 식량을 몰래 빼돌려 파는 군관들이나 하사관들의 쌀을 받아서 되거리로 팔아 조금씩 남는 이윤으로 생계를 이어갔다.


그렇게 금혁이 엄마가 애써 번 돈을 훔쳐 술을 사서 마시고 몇번을 싸우다 못해 금혁이 엄마는 밤에 잠들때마저도 여자들 스타킹속에 돈을 넣고 허리에 두르고 잘정도가 되였다.


그마저도 안되면 금혁이 엄마가 장사를 하는 쌀주머니에서 쌀을 훔쳐 퍼 들고나가 술과 바꿔마셨다.


그런 이야기들은 금혁이 엄마가 동네 인민반장이기도 한 우리 어머니를 찿아와 원망섞인 푸념을 늘여놓을때마다 엿들어서 알고있었다.


그렇다고 그가 나쁜사람은 아니다.


천성은 착하고 남한테는 엄청 잘하고 직장에 나가면 일도 잘하고 군대에서 배웠는지 전기면 전기,웬만한 기계면 기계, 목수일 등 못하는게 없을정도로 다재다능한 인재인데 그놈의 술때문에 항상 구설수에 오른다.


인물도 그만하면 남자답게 생기고 남들이 부러워하는 군관출신 당원이다.


아마 술만 아니였으면 당기관이나 인민위원회 지도원 한자리 할 성분인데 그가 다니는 직장에서조차 작업반 세포비서 한자리도 못한다.


술 안마셨을때는 빠르긴 또 얼마나 빠른지 그와 같이 가끔씩 약초나 나물캐려 보천군이나 삼지연군에 간적이 있는데 그는 산에만 들어가면 날다람이도 울고갈 정도로 날아다닌다.


금방 같이 있었는데 쫌있다 안보여서 불러보면 동쪽에서 대답하고 또 쫌있다 부르면 이번엔 서쪽에서 대답한다.


한번은 불로초라 불리우는 백두산에서만 나는 약초가 돈이 된다고 해서 백두밀영( 자칭 김정일의 생가 ) 산속에 간적이 있는데 이놈의 약초는 이상하게 벼랑중턱에서만 서식한다.


산삼만큼이나 찾기 어렵고(산삼 캐본적은 없지만) 찾는다 해도 캐는건 더 어렵다.


폭포가 내리 꽃히는 아찔한 절벽위에서 불로초를 찾기위해 나는그가 중턱에 자란 나무가지를 잡고 그 높은 벼랑을 휙~휙 날아 내리는 걸 본적이있다.


너무나 순식간의 일이여서 내 눈을 의심할정도였다.


나는 내려다 보는것만으로도 오줌을 지릴것같아 엄두도 못내고 거의 한 5리길을 돌아서 내려갔었다.


그는 남의 일도 궂은일,마른일 가리지 않고 잘 도와준다.


울집 마루에 돼지굴을 지을때도 그가 와서 첫삽부터 마지막 바닦미장까지 다 해줬다.


북한은 시내에서 밖에 내놓고 돼지를 기르지 못한다.


밖에 돼지우리를 짓고 그안에 어미돼지든 어제 갓난 새끼돼지든 넣어놓으면 그순간 남의것이다.


눈깜짝 할사이에 도적 맞힌다.


그래서 부엌 널마루 밑에 땅굴을 파고 온 집안 식구가 돼지 똥냄새를 맡으며 한 식구로 같이 사는것이다.


그러고 보면 북한에서 시내에 팔려와 자란 새끼돼지들은 참 불쌍도 하다. 도살 될때까지 해빛한점 없는 널마루 땅굴속에서 자라야되니 말이다.  


먹이도 제대로 못 먹으면서 그 습하고 음침한 땅꿀속에서 살면서도 병 한번 안걸리는걸 보면 돼지란 짐승은 면역력 하나는 알아줘야된다.


사람은 감기부터 시작해서 수백,수천가지 병들의 위협속에서 사는데..


암튼 금혁이엄마도 첨엔 그런 금혁이 아빠의 팔방미남같은 장점만 보고 결혼했을것이다.


처녀, 총각때야  그런 술꾼이였을줄이야 어찌 알았겠는가.


금혁이 아빠는 술을 마시기 시작하면 고주망태가 될때까지 마신다.


그리고는 영낙없이 실수한다.


한번은 우리집에서 아빠랑 술 마시다가 주량이 약한 우리 아빠는 먼저 누우시고 지는 취할때까지 마시다가 잠든적이 있는데 술 깨기전에  일어나 밖에 화장실 나간다는게 사이문을열고 화장실인줄 알았는지 울집 부엌에 대고 소방호스마냥 거시기를 잡고 가마목이며 널마루 바닦이며 오줌벼락을 퍼부은적이 있다.


그 오줌 퍼내고 닦아내느라 우리 어머니는 수건으로 코를 싸매고 아주 쌩고생을 하셨다.


또 한번은 비오는날, 대낮부터 울집에  술병들고 와서 마시다가 날이 어두워질무렵에야 잔뜩 취해서 집에 간다고 나갔는데 한참후에 내 여동생이 집에 오다가 밖에  금혁이 아빠 쓰러져 있다고 해서 내다보니 울집 문을 나서서 10미터도 못가고 옆집 퇴마루를 베고 누워서 내리는 빗물에 통빨래, 통샤워를 하면서 자고있었다.


뛰어나가서 안아 일으키려고 했지만 나 혼자 힘으로는 감당이 안되서 금혁이엄마를 불러다가 둘이서 양쪽 겨드랑이를 끼고 질~질 끌고가서 눕혀놓은적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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