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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남 조 Sep 05. 2024

라이타


추워서 몸은 튕겨진 고무줄처럼 바르르~ 떨고 아래,위 이발 부딫히는 소리가 염불외운 중이 마감짖는 목탁소리마냥 딱.딱.딱 찧으면서도 사내라고 체면을 세운다.


출발할때 나무꾼처럼 보이기 위해 허리에 동여맨 바오라기를 그대로 차고있다.


" 떨지말구 빨리 받아라. 그리구 너안에 동내의 좀 두꺼운거 안입었니?"


내가 준영이한테 하는 물어보는 말이다.


그러는 나도 추운건 마찬가지다.


이럴줄 알았으면 옷이라도 든든히 입고 올걸, 도강 하면 바로 차가 대기하니 대충입고 가도 된다고 한 금혁이 아빠 말만 믿고 그래도 동지달인데 옷도 껴입고 목수건도 쓰고 가라고 하시던 어머니 말씀 안듣고 나온게 얼마나 후회되는지 모른다.


" 빨리 써라.추워서 떨지말구.난 아직 견딜만하다."


준영이는 낡은 벙어리 장갑을 벗고 손을 내밀어  마지못해 받는듯하더니 이내 목도리를 뒤집어 썼다.


" 쫌더 가서 어디 마을이나 오두막 같은게  있는지 찾아보자.가만있음 얼어죽는다."


금혁이아빠는 두손을 모아 삭~삭 비비다가 입에대고 호~하고 입김을 불더니 또 주머니에서 담배갑을 꺼내 한대 입에문다.


나도 추위를 달래보려고 손을 내밀어 한대 받아들었다.


그런데 불 붙히려고 금혁이 아빠가 라이타를 열심히 돌려도 불이 일지 않는다.


 " 씨베, 돌 미리 갈아끼워야 되는데...안되겠다.니 장갑벗구 손바닥 좀 펴라."


그는 무슨 영문인지 모르고 두손 펼친 내 손바닥위에 라이타 윗쪽 케이스를 벗기고 로라를 빼내고 다슬어 종이장같이 얇아진 돌을 떨구어 놓고는 그 밑에 용수철을 꺼내 길게 당긴다음 다시 제자리에 밀어넣고 돌을 조심스레 로라에 올려놓고 맟춰 끼웠다.


어둔운 밤이고 또 한번에 안되서 여러번을 시도 하다보니 시간이 흘러 장갑을 벗고 펴든 내 손은 완전 얼음장같았다.


담배한대 피우려고 아주 쌩고생이다.


장갑을 다시끼고 손을 가랑이 사이 끼워도 바늘로 찌르는듯한 아픔이 한참이나 지속됬다.


금혁이아빠는 왼손바닥을 오무려 바람을 막으며 라이타를 힘껏 돌렸다. 그런데 이크 ~~ 용수철과 로라 사이에 끼여있던 얇은 돌이 틈새로 튕겨져 눈속 어딘가에 처박혀버린것이다.


너무 힘을 주어서  돌린 나머지 늘려놓았던 용수철도 로라 밑에 한쪽으로 삐죽 튀어나왔다.


손을 얼려가며 한참이나 애쓴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고 만것이다.


망해도 제대로 망했다.


마을이나 사람사는곳을 못찾으면 어디 움푹 패인곳이라도 찾아가서 불이라도 피워야 되는데 이제는 일행중 유일한 라이타가 더이상 쓸수없게 된것이다.


라이타돌이 그런줄 알았으면 그깟 담배 좀 피우지말고 이럴때 불이라도 지폈어야지 하고 나는 속으로 그를 원망했다. 그도 이런 상황이 생길줄 알았으랴만~


금혁이아빠는 자기가 잘못해놓구  라이타를 저 멀리 홱~집어던지더니 담배대를 입에 문채로 혼자말로 쌍욕을 퍼부어댔다.


그러면서도 담배는 아까운지 다시 갑안에 꽂아넣는다.


나도 내입에 물었던 담배를 다시 건네주었다. 그마저도 밀어넣으며 자리에서 일어서더니 " 자~움직이자. 내 이제 저 꼭대기 올라가서 북극성 찾아서보니까 이쪽이 북쪽이구 이방향이 남쪽이다

우리 출발할때 북동쪽이였으니까 국경 반대방향 마을있는데를 찾아가려면 남서쪽으로 가야되니까 이쪽으로 가믄된다."


그는 손을 들어 이쪽,저쪽 가리키며 말했다.


그러더니 그는 낡은  솜동복 안주머니에서 뭔가를 꺼내들었다.


얼핏보니 중국산 종합비타민통 같기도하고 무슨 약병같기도 한작은 플라스틱 통을 꺼내들었다.


" 내 약 좀 먹구~"


그러면서 얼굴을 돌리더니 뚜껑을  열어 그 안에 있는 액채를 통채로 입안에 쏟아넣는것이다.


모두가 그를 쳐다봤다.


한방울이 남아있을세라 톡,톡 다 털어넣더니 빈  플라스틱병을 눈속깊이 밀어넣는 것이였다.


( 에~엥?! 설마~~)


나는 그가 말하는 약이 뭔지 짐작은 했지만 설마 이상황에 그걸 마신다는게 믿기지가 않았다.


또, 혼자도 아니고 네명 일행을 데리고 도강을 하려 출발하면서 집에서부터 그걸 가지고 왔다는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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