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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남 조 Sep 01. 2024

 경찰오토바이


운전대를 잡고있는 차주인은  혼자말로 악에 밭힌듯 고래,고래 뭐라고 우리가 알아듣지 못할 중국말로 욕을해대며  빠른 속도로 차를 몰았다.


커브를 돌아 아까 우리가 왔던길로 올라선 그는 장백현 시내방향이 아닌 백두산 방향으로 거꾸로 달리기 시작했다.


나도 순간 그의 판단이 옳다고 생각했다.


아래 장백시내로 가면 더 많은 경찰차가 있을수 있고 금방 추격당할수 있지만 백두산 방향은 근처에는 파출소나 대기중인 공안차가 없을수 있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도 윗쪽은 눈길이 잘 다져지지 않아  오토바이가 따라오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어찌됬건 계속 도망칠수는 없다.


빨리 어디 피해서 숨어야 될텐데~


차가 숨을만한곳이없다.


한쪽은 산이요, 한쪽은 강이다.


차주인과 조선족 사람은  이 상황에 서로 다투는지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악을쓴다.


의견이 맞지 않는것 같았다.


그걸 보고 있느라니 더 불안했다.


한참을 몸짓,손짓을 해가며 열변을 토하던 조선족 사람은 마침내 숨을 고르는듯 하더니 뒤를 돌아보며 금혁이 아빠를 향해


" 야 말하는기 이대로 계속 가믄 잡힌다오. 위에 변방대나 변경파출소 연락해서 마주 내려오면 외통길이라 어디 도망칠데 없다오,"


" 어 ~~그, 그래서?..."


금혁이 아빠는 눈이 화등잔 만큼 커져셔 다음말을 재촉했다.


" 야 말이 오토바이 안보일때 차 세울거니까 내려서 산으로 도망치라오. 나는 야네 집까지 가서 대문 열어놓으라하구 들어간다음 문닫구 숨어있자 하는데 야는 안된다오. 마을이 직선길이라서 들어가는거 분명 보인다오.검열할게 뻔하다오."


듣구보니 그의 말도 일리가 있다.


그러나 산으로 튀면 어디로 가야 한단말인가?


그것도 이 야밤에?


조선족사람은 다시 차주인을 향해 뭐라고 말했다.


그러자 그는 운전대를 잡고있지 않는 다른손으로 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 조선족사람에게 건넸다.


조선족사람은 그 지갑을 받아서 펼치더니 중국돈 백원짜리 지페 한장 꺼내 금혁이 아빠에게 내밀며 말했다.


" 혹시 모르니까 이거 일단 받소, 그리구 저 앞에 굽인돌이 돌아서 뒤에 오토바이 안보일때 세울거니까 내려서 산으로 숨소, 그리구 조용해지면 어떻게든 낸데 전화하오. 어디있는거 알믄 어디든 내 데리려 다시가겠소."


지금상황에선 그게 최선이다.


금혁이 아빠는 그 돈을 받아들고 잠시 멍하니 있더니 이내 주머니 안속으로 찔러넣으며 "야, 알았소, 차 세워주오." 하고 답했다.


확실히 눈길이고 오르막이여서인지 추격해오는 오토바이는 금새 따라붙지는 못했다.


그렇다고 계속 우리를싣고 도망칠순 없다.


가봤자 직선 관광도로라 피해서 숨을곳도 없고 끝까지 가봐야 백두산이다.


그러니 잡히는건 시간문제다.


산으로 튀는게 맞다.


차는 커브길을 지나 오토바이가 보이지 않을때 산 경사가 급하지 않은 곳까지 좀더 가다가 멈췄다.


앞에 앉았던 금혁이 아빠가 먼저 내리고 그다음 나, 준영이 그리고 은심이와 은별이가 마지막에 내렸다.


금혁이 아빠는 일행이 모두 내리자 산등성이와 등성이 사이 나무숲이 우거진 골짜기를 가리키며 "저쪽으로 가자."


라며 앞장서 뛰어갔다.


우리가 내리기 바쁘게 차는 한마디 말도없이 쏜살같이 가던방향으로 사라졌다.


뒤에선 요란한 싸이렌 소리를 내며 오토바이가 가까이 다가오고 있음을 알렸다.


우리는 걸음아 나 살려라~하고 정신없이 허둥지둥 금혁이 아빠 뒤를따라 눈덥힌 살골짜기 어둠속으로 풍덩,풍덩 빠져 스며들었다.


우리는 숲이 우거진  능선을 따라 뛰다가 한참후에 산으로 오르기 시작했다.


빨리 뛰고 싶어도 눈길을 헤치며 가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였다. 금혁이 아빠는 그나마 경사가 가파롭지 않은 산등성이를 택하여 눈길을 헤치며 오르기 시작했다.


추격하던 오토바이가 낌새를 눈치채고 쫓아올까봐 가능한 멀리로 도망쳐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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