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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사랑은 소리 없이 천천히

2장. 꽃이 활짝 피었던 봄날은 그렇게

by 가을햇살

엄마가 당숙과 함께 서울로 올라온 건 1960년대 초반, 추워지기 시작하던 늦가을 무렵이었다. 그때 엄마의 나인 고작 열세 살이었다. 석탄을 연료로 쓰던 그 시절, 연기를 풀풀 내뿜으며 오랜 시간을 달린 기차는 마침내 서울역에 도착했다. 기차에서 내리자, 찬바람이 엄마의 두 볼을 스치고 지나갔다.


엄마는 당숙과 함께 서울역을 빠져나와 버스를 타고 당숙의 집인 영등포로 향했다. 그리고 얼마의 시간이 지나 도착한 당숙 집에서, 당숙의 딸과 아들들을 만났다. 그들은 엄마보다 나이가 많은 언니, 오빠들이었다. 그곳에서 엄마는 당숙의 딸과 함께 방을 쓰며 친 자매처럼 지냈다. 언니는 엄마를 잘 챙겼고, 엄마도 당숙의 딸을 잘 따랐다.

밥을 먹은 뒤에 “언니, 오늘은 내가 설거지할게.”라고 말하면, “너는 설거지하기엔 아직 어리니깐 저기 가서 쉬어라.” 하며 언니가 집안일을 도맡아 했다. 또 언니 못지않게 친절한 오빠들 덕에 엄만 당숙 집에서 편히 지낼 수 있었다.


하지만 한 가지 아쉬운 , 당장 학교에 갈 수 없다는 것이었다. 비싼 학비로 인해 돈을 모을 시간이 필요해서였다. 그래서 엄만 금이라도 빨리 학교에 가기 위해 곧장 일자리를 찾아 나섰다. 그리고 얼마 후, 마장동에 있는 사인펜 공장에 취직했다.

엄마는 사이펜을 박스에 포장하는 일을 하며 학비를 모아 야간 중학교에 등록했다. 그때부터 낮에는 일하고 저녁에는 공부하며, 선생님이 되기 위해 노력했다.


그렇게 꿈을 이루기 위해 일과 공부를 병행하며 몇 해 동안 당숙 에서 지내던 어느 날이었다. 불현듯, 너무 오랫동안 당숙께 신세를 지는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아무리 잘해주고 친절해도 스스로 미안함을 느끼는 게 사람의 염치이기에, 고등학교를 다니던 엄마는 당숙 집을 나와 혼자 살기로 결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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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주한 순간, 비로소 꿈을 꾸었다"로 첫 출간했어요.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소박한 나의 글이 누군가의 마음에 닿길 바라며 글을 쓰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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