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가을햇살 Nov 29. 2024

널 기다렸어

꿈이 나에게

 생각해 보면 꿈이 내게 소리쳤던 건 그때부터였던 것 같다.

 ‘나 여기 있다고.

 하지만 그땐, 그 소리를 미처 듣지 못했다.

 엄마의 물음으로 인해 마음속 깊은 곳에 있던 꿈이 생각났지만 그저 생각에 칠 뿐이었다. 어릴 꿈을 생각하며 코웃음만 지었으니 말이다.


 어렵게 생각난 꿈에 대한 미련을 가질 도 없이 바쁜 하루하루를 보냈다. 신랑의 이직으로 인해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가게 됐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이의 유치원을 비롯해 이것저것 알아봐야 했고, 포장 이사로 한다지만 내 손길이 닿아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 탓에  이사를 준비하며 해야 할 것들도 많았다.

 이사를 와서도 못다 한 짐 정리를 하랴, 코로나 19로 인해 유치원에 못 가는 아이를 케어하랴 시간은 바삐 흘러갔다.


 몇 달 후, 새 학기가 되었을 땐  다행히 코로나 19로 인한 거리 두기가 완화되어 아이의 유치원 등원이 가능해졌고 그로 인해 나도 이사 온 곳에서 새로운 인연을 만들 수 있었다. 같은 시간에 등원 버스를 태우다 보니 딸아이와 같은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들 엄마들과 가까워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중 한 언니와 급격히 친해졌다. 둘 다 이사를 왔다는 공통점이 있어 더 그랬던 것 같다.


 언니도 신랑의 이직으로 몇 달 전 이사를 와서 한참 적응 중이라며 이사와 모든 것이 낯선 내게 친근하게 대해주었다. 그래서 난 언니에게 더 많이 의지했고, 아이들을 등원시킨 후 언니와 함께 산책도 하고 커피도 마시며 친분을 쌓아갔다.


 그날도 여느 때처럼 아이들을 등원 차량에 태우고 차량이 멀어질 때까지 손을 흔들다 돌아서던 때였다.

 “나래 엄마, 우리 집 가서 차 한잔 할래?”

 우린 언니네로 가 차를 마시며 담소를 나눴다. 그러다 문득 언니의 일상이 궁금했다. 나나 언니나 이사를 온터라 지인도 많지 않았고, 코로나 19로 인해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았기에 집에 있는 동안 어떻게 시간을 보내는지 궁금했다.


 “언닌 집에 있을 때 뭐 하면서 지냈어요?”

 “나? 난 집에 있을  웹소설 읽어. 요즘 재밌는 거 진짜 많거든. 읽고 있으면 시간이 진짜 금방 간다니깐. 뭐, 책을 읽기도 하고. ”

 언닌 집에 있을  주로 핸드폰으로 웹소설을 읽는다고 말했다.


 “나래 엄만 뭐 하면서 지내는데?”

 언니도 내게 물었지만 난 딱히 취미라 할 게 없었다. 그래서 솔직히 말했다.

 “딱히 하는 없네요. 집안일하는 거밖에.”

 언닌 마땅한 취미가 없는 내게 웹소설이 어떤 게 재밌는지 알려준다며 한 번 읽어보라고 했다. 그리고 나도 요즘 웹소설 렌드가 궁금했기에 언니가 알려준 웹소설을 검색해 보려 핸드폰에 제목을 입력하던 그때, 나도 모르게 언니에게 말했다.


 “저도 글 쓰는 거 좋아했는데. 예전이긴 하지만요.”

 너무 오래전의 일이었기에 정말 생각 없이 나온 말이었다. 그러자 언닌 반색하며 내게 글을 써보는 건 어떻게냐고 말했다. 요즘은 글 쓰는 플랫폼이 많으니 그런 곳부터 시작하면 좋겠다는 말을 덧붙이면서 말이다.


 솔직히 조금 동요되긴 했지만 선뜻 도전해 보겠노라 말할 수가 없었다. 끼적임을 놓은 지도 오래됐고 작가가 되기 위해 정식 절차를 밟고 밤낮으로 글을 쓰는 사람들 사이에서 행여 내 글이 우스워질까 두려웠기 때문이다. 그건, 엄마로 인해 꿈이 생각났을 때도 했던 생각이었다.


 “나중에요. 기회가 되면요.”

 차마 내 맘을 내색하지 못한 채 서둘러 화제를 전환했고, 또 한참 동안 이야기를 나누다 난 집으로 돌아왔다.


 평소처럼 못다 한 집안일을 하고 하원한 아이 뒤치다꺼리를 하다 보니 어느새 하루가 마무리되어 침대에 누워 잠을 청하려던 때였다. 불현듯 낮에 동네 언니와 나눴던 대화가 생각났다.


 갑자기 그 얘기가 왜 나왔을까?

 언니에게 아무렇지 않게 글 쓰는 걸 좋아했다고 말한 게 너무 의아하게 느껴져 쉬이 잠이 오지 않았다.

 그렇게 한참을 뒤척이며 생각했고, 내가 꿈에 대한 미련이 남아 있단 걸 알게 됐다.


 하지만 그 이유를 알았다 해도 선뜻 잊고 지낸 꿈을 꺼내어 도전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그래서 그저 미련으로 남겨둔 채 평범한 일상을 보내왔다. 이따금 우울하거나 무료하긴 했지만 그건 잠시일  나름 일상에서 소소한 행복을 느끼며 잘 지내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현타라는 놈이 날 찾아왔다. 분명 난 잘 지내고 있었는데 현타라는 놈이 왜 찾아온 걸까? 그리고 오랜 고민의 끝에서 난 현타의 이유를 알았다. 내가 무언가 해 보고 싶었단 걸, 내 꿈을 향해 나아가고 싶었단 걸 말이다.


 거울 속 초라해 보이는 나를 보며 스스로에게 물었다.

 “넌 무얼 하고 싶니?”

 그러자, 거울 속 나는 망설임 없이 말했다.

 “난 글을 쓰고 싶어. 사람들한테 감동을 줄 수 있는 그런 글 말이야.”


 그때, 꿈이 다가와 내게 말했다.

 “기다렸어, 다시 기억해 줄 때까지.”라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