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 1
얼마 후 전남도청에서는 시위 도중 사망한 사람의 현황 파악을 했으며, 김 씨도 아들의 죽음을 신고했다.
며칠 뒤 공무원 2명이 과일 바구니와 소고기를 사 들고 김 씨의 집에 찾아왔으며 자신들이 확인해 본 결과 박성수는 전남도청 광장에서 원인 모를 죽임을 당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보상금이라며 현금이 든 봉투를 내밀었다.
박숙향은 공무원들을 보고 말했다.
"오빠는 그날 군인들이 쏜 총에 맞아 죽었고, 탱크가 오빠를 깔아뭉갰어요."
공무원들은 화들짝 놀라면서 증거를 내놓으라고 짜증 내면서 말했다.
"제가 그날 전남도청에 있었는데,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어요."
공무원 2명은 서로 얼굴을 쳐다보면서 잠시 머뭇거리더니 김 씨를 데리고 밖으로 나갔다.
공무원은 협박조로 김 씨에게 말했다.
"아주머니! 제 얘기 잘 들어야 합니다. 아주머니도 알다시피 지금은 군인들이 나라를 다스리는 시대입니다.
군인들에게 찍히면 염라대왕도 어쩔 수 없어요."
"오늘 딸이 한 얘기는 못 들은 것으로 하겠습니다. 어디 가서 하소연해도 달라지는 것이 없을 것입니다.
죽은 사람은 그렇다고 치더라도 산 사람은 살아야 하지 않겠소, 비밀을 지켜주면 아주머니에게 별도의 보상금도 주고, 딸 대학교 학비까지 우리가 책임지겠소."
김 씨는 너무도 억울했지만, 딸을 위해서 그렇게 하겠다고 대답했다.
얼마 후 서울에 있는 시민단체에서 박성수의 의문사에 대하여 조사를 하러 왔지만 김씨와 박숙향은 사실대로 말하지 않았고 침묵으로 일관하였다.
박성수의 죽음은 뺑소니 차량에 의한 교통사망사고로 종결되었다.
아들 박성수의 죽음에 침묵한 대가로 김 씨는 매년 생활비와 장학금을 지원받았으며, 박숙향은 고등학교 졸업 후 간호대학에 입학하여 간호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하지만 늘 가슴속에는 진실을 말하지 못했다는 죄책감과 나약함으로 사람들을 만나는 것을 극도로 기피했다.
박숙향은 모든 것을 잊기 위해 항상 광주를 떠나고 싶어 했고 졸업하자마자 어머니를 혼자 남겨두고 지인의 소개로 반대쪽인 경남 사천시에 있는 T 종합병원에 취업을 했다.
박숙향은 어머니 김 씨에게도 광주를 떠나 모든 것을 잊고, 같이 가서 새 출발 하자고 했다. 하지만 김 씨는 아들의 묘지가 있는 광주에 죽을 때까지 살겠다고 고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