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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봉수 Jul 22. 2024

<단편소설>늑대거미를 토하는 여자(6)

외로움

병원 기숙사에서 혼자 생활하는 박숙향은 우울증과 불면증으로 항상 약을 달고 다녔다.

광주를 떠나면 그녀를 괴롭히던 고통이 사라질 것이라 생각됐지만 크게 호전되지 않았으며, 직장 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로 나날이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밤이면 밤마다 오빠를 깔아뭉갠 탱크는 늑대거미로 변하더니 그녀의 입속으로 들어왔으며, 거미가 그녀의 간과 심장을 갉아 먹는 꿈 때문에 그녀는 식은땀을 흘리면서 새벽에 잠이 깨는 날이 부지기수였다.

그녀는 거미를 토해 내려고 억지로 구토질을 했다.

불행의 그림자는 항상 그녀의 주위를 맴돌고 있었으며, 광주에 홀로 있는 그녀의 어머니 김 씨는 아들의 죽음에 대한 화병으로 쓰러졌다. 곧이어 치매 증세로 이어져 매일 집 밖을 떠돌고 다녔다.

결국 김 씨는 추운 겨울날 아들의 무덤 곁에서 변사체로 발견됐다.

박숙향은 이젠 세상에 홀로 남겨졌다는 괴로움을 잊기 위해서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병원에서 회식을 했고, 그녀는 빈속에 소주 2병을 마시고 만취했다.

그녀의 동료는 택시를 불러주고 집으로 갔으며 그녀는 혼자 택시를 기다리고 있었다.

잠시 후 택시가 도착했고, 그녀는 뒷좌석에 탔다.

택시 기사는 말했다.

"손님 어디로 모실까요?"

"T 병원 기숙사로 가주세요." 말을 한 후 그녀는 깊은 잠에 빠져버렸다.

택시는 병원 기숙사 입구에 도착했으나, 그녀는 일어날 생각을 하지 않았다.

택시 기사는 운전석에서 내려서 그녀를 흔들어 깨웠다. 그녀는 택시요금을 지불하고는 비틀거리면서 기숙사로 들어갔다.

다음날 택시 기사 김혁준은 어젯밤 병원 기숙사에서 내렸던 술 취한 여자가 생각났다.

분명히 어디서 많이 본 얼굴인데, 기억이 잘 나지 않았다.

하지만 저녁에 집에서 침대에 누워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녀의 모습이 조금씩 떠올랐다.

"맞아! 군 시절에 전남도청 앞에서 울고 있던 여자야, 그때 모습 그대로야, 너무 신기하게도 하나도 변한 것이 없어, 진짜 하나도 변하지 않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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