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회
며칠 후 김혁준은 동료 택시 기사가 병원에 맹장염 수술로 입원했다는 연락을 받고 T 병원으로 갔다.
동료 병문안을 끝낸 그는 살며시 여자 간호사가 모여있는 곳으로 가 보았다.
하지만 그녀는 보이지 않았다. 그는 병원 밖으로 나가 마시는 음료와 피로회복제를 사려고 약국에 들어갔다.
운명의 장난처럼 간호사 복장의 그녀가 그곳에 있었다.
늦은 밤에 보아서 약간 의심이 들었지만, 낮에 보니 광주의 그녀라는 확신이 들었다.
잠시 후 그녀는 약사에게 인사를 하더니 밖으로 나갔다.
장대비가 오던 퇴근 무렵, 김혁준은 병원 출구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오전에는 비가 오지 않아서 우산을 챙기지 못한 박숙향은 출구에서 두리번두리번하고 있었다.
김혁준은 박숙향에게 우산을 건네주면서 말했다.
"고향이 광주 아닌가요?"
박숙향은 약간 놀라면서 대답했다.
"고향이 광주는 맞는데, 당신은 누구시죠?"
"1980년 5월 전남도청 시계탑에서 울고 있는 당신을 파출소로 데리고 간 군인이 생각나나요?"
"생각은 나는데, 군인의 얼굴은 잘 모르겠어요."
"바로 접니다. 비도 많이 오는데, 일단 근처 커피점에서 커피나 한잔하시지요."
두 사람은 함께 우산을 쓰고 커피점으로 들어갔다.
두 사람은 이렇게 약 20년 만에 운명처럼 다시 만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