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절 / 회복
2022. 1.9.
피곤해 죽겠다. 인제 1주일이 지났다. 일을 해낸 나 자신에게 뿌듯함을 느낀다. 지금은 진짜 녹초다. 10시간이 넘게 잤는데도 불구하고 아직도 재정신이 아니다. 아이들 상대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닌 것 같다. 또 아이들마다 성향이 다 달라서 맞추는 방법 찾는 것도 어렵다. 수업 시작 후 활동하는 시간까지 이끄는 것도 쉽지는 않다. 정신없고. 근데 그만큼 아이들 열심히 하는 모습 보면 뿌듯한 마음도 크다. 나쁜 아이들은 없나보다. 스스로 생각하고 결정하는 과정을 많이 경험해보지 않아서 어려워하는 게 대부분이다. 경험 부족.
금요일부터 고비였다. 모두 어린 연령 수업인 데다가 4교시나 되어서.
어제는 퇴근하고 들어와서 운동을 했다. 휴일을 알차게 보내고자 하는 마음이었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여태 피로가 많이 누적된 느낌이었다. 진짜 멍하고, 아무 것도 못 하겠는 상태. 유튜브를 켜 놓은 상태로 몇 시간이나 멍한 상태로 앉아 있었다. 설상가상으로 전자 담배마저 망가졌다. 눈이 풀린 상태로 일찍 잠들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에 바로 자버렸다.
잠은 깊었다. 족히 10시간은 잔 것 같다. 어두운 새벽에 한 번 화장실을 갖다 온 것을 제외하면 아무 곳도 나가지 않았다. 함께 자던 강아지는 내가 화장실에 갈 때 밖으로 나갔다 .
아침, 눈은 떠졌지만 개운하지 않았다. 몇 시간이나 쓸데없이 시간을 보냈는지 모른다. 이렇게 힘 들었나 할 정도로. 4시를 넘은 지금도 정상 컨디션은 아니다. 그래도 지금은 몸을 책상 앞에 옮겨 컴퓨터 자판을 칠 상태이긴 하다. 담배를 못 피우니 손과 입이 심심하다. 중학교 3학년 겨울부터 피우기 시작했으니, 지금은 담배를 안 피우면 쉽게 불안해진다.
원래 전시를 보고 자전거를 탈 생각이었는데, 밖으로 나갈 엄두가 안 난다. 전시 시간이나 찾아볼까. 7시까지네. 장소는 망원에 있는 의식주. 많이 가 본 곳이다. 멀지 않아 부담이 적을뿐더러 아는 사람들이 여태 전시를 많이 했던 곳이다. 지금 준비하면 충분히 보고 올 수 있을 텐데. 피곤을 악물도 다녀올까. 오는 길에 자전거도 타고 올까. 타고 와서 집에서 스트레칭과 운동을 조금 할까. 그리고 공부를 하고 책을 보고 영화도 볼까. 왠지 지금 계속 집에 있어도 대단히 뭔가를 하고 있지는 않을 것 같은데.
전자 담배를 알아보고 공부하기, 책 조금 보기, 그림 그리기, 부업 준비, 운동, 책. 하고 싶지 않아도 하기로 한 걸 하는 사람이 프로라고 누가 그랬는데. 오늘의 퍼짐이 이해가 되면서도 엄청 마음에는 들지 않는다. 계속 퍼지면 하루 종일 그냥 그런 하루가 되어 버리고 말테니까. 조금 힘들어도 알차게 보내고 일찍 자는 게 좋지 않을까.
내일은 치과에 간다. 신경치료의 마무리를 하는 날. 철심을 넣고 크라운을 씌운다. 60정도 생각하는데, 아. 당분간은 저축보단 상환이다. 저축과 상환을 동시에 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당장의 급한 불은 먼저 끄고 시작하는 게 나을 거란 느낌이 든다. 커져가는 빚 덩이가 슬슬 부담된다. 이 타이밍에 일을 하는 게 참 다행이다.
ㅎㅎ
시간이 흘러 지금은 밤. 10분 후엔 11시.
나가지 않았고 한 건 딱히 없다. 지난주만 하더라도 1분이 아쉬웠다. 오늘 이렇게 한량 같은 시간을 보낼 줄 몰랐다. 그런데 진짜 뭐라고 해야 할지, 변명인가, 그런데 오늘은 진짜 안 쉬면 안 될 것 같은 기분이었다. 많이 좋아졌다. 상태가. 늦은 시간이지만, 인제 뭐라도 슬슬 하고는 자야지 싶다. 너무 놀았거든. 더 놀아도 뭐 그런 하루 겠거니 하지만. 우선, 양치질을 하고 맥주를 따라와야겠다. 양치질은 3번, 4번 하루에 하는 건 괜찮은 것 같다. 자기 전에는 양치질이랑 리스테린도 하고. 오늘은 몸이 편하니까 1시에 자도 좋을 듯. 운동은 조금 하고 싶다. 스트레칭 위주로. 뭐 하고 싶냐면, 우선 양치질, 공부 살짝, 운동, 맥주 깔짝, 책 조금, 그림 조금. 오늘은 집중력이 약한 날이니까 조금씩만 해야지.
지금도 사실 머리가 멍하다. 멍청해진 것 같은 하루다.
원래 멍청한 건가.
내일은 12월 건보료 내야지.
집중력의 한계로 글은 여기서 마무리하겠다. 하루를 거르고 쓰는 거라 그런지, 혹은 머리가 굳어서 그런지 잘 써지지가 않는다. 아까 아이유의 킬링벌스를 봤는데, 동갑내기로서 열등감이 느껴져 중간에 껐다.
만족스럽지 않는 인생이다. 내가 대단할 줄 알았는데.
여자 친구를 원하지 않으면서 틴더를 수시로 본다. 나는 무슨 생각을 하고 사는걸까.
오히려 할 게 많을 때, 시간을 더 열심히 쓰고, 할 일이 없다고 느낄 때 그냥 막 사는 것 같다. 프로답지 못하다. 내 인생의 프로가 나는 되어야 할 텐데.
그렇다면 절제하는 능력이 중요한 것일까. 절제. 하고 싶은 거를 참고 할 일을 해내는 게 중요한데. 생각해보면 재수할 때 인내심이 가장 좋았던 것 같다. 그 땐 아침 7시 반에 등원해서 밤 10시까지 공부만 주구장창 했으니까. 나는 친구도 안 만들었다.
양치질까지 하고 왔는데 운동은 안 했다. 열두시. 오늘 진짜 핸드폰이랑 사귀네. 운동 지금 해야지.
12시 반이 넘은 시간이 돼서야 운동이 끝났다. 훨씬 기분이 좋다. 개운함. 이런 좋은 기분을 자기 전에 느껴야 하다니. 하루가 아깝군. 하지만 어쩔 수 없다. 그런 하루였는걸.
내일은 오전에 치과를 다녀온 후 친구를 만나러 간다. 한 시간이나 가는 거리다. 만나서 하는 얘기도 똑같고, 괜히 시간이랑 돈만 버리는 것 같아 별로 가기 싫다. 하지만 친구는 참 좋은 사람이라, 괜히 약속을 어기긴 싫다. 원래 셋이 보기로 한 약속이었다. 다른 누나가 또 보기로 한 거였는데, 약속 날짜를 깜빡하고 다른 친구들과의 여행 숙소를 그 날에 예약했다고 한다. 무슨 생각으로 그랬을까. 별 생각이 없었거나, 우리가 그렇게 중요하지 않았거나 혹은 둘 다거나. 뭐 관계는 원래 그런 거니까.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며칠 동안 방 정리를 제대로 못했다. 방을 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다던데, 뭔가 업무에 허덕인다고 느낀 날부터 사실 치우지 못했다. 원래 이불 켜기랑 방바닥 청소는 매일 꼭 하는데.
내일은 작은 정리, 청소를 하고 운동을 꼭 해야지. 더불어서 일 할 준비, 공부도 함께.
못 챙긴 일들을 챙기고 업무를 효율적으로 하기 위한 생각들을 차근히 해야겠다.
또 내 주제 파악을 더 파고 들어 해야겠다. 가령 나는 내 빚이 정확히 얼만지 모른다. 가계부를 적고 찾아나가는 일은 꽤 어려울 것 같다. 그거 하기 전에 우선 빚이 얼만지, 저축은 얼마 했는지부터 알아야겠다.
밤이 돼서야 평소의 컨디션으로 서서히 돌아옴을 느낀다. 공부 조금 하고 자야겠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