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니처럼 피어나는 사춘기

결국 성숙한 어른이 될 아이에 대한 믿음과 희망

by 느린꽃

며칠 전부터 둘째 아이가 자꾸 턱을 잡고 힘들어했다.

사랑니가 나려는지 잇몸이 욱신거린다고 했다.

학교에 병결을 내고 치과에 가니, 파노라마 사진 속 사랑니는 다행히 곱게 자리를 찾아 올라오고 있었다. 의사는 “조금만 참으면 괜찮아질 거예요”라며 치석제거를 하고 항생제를 처방해주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문득 이런 생각이 스쳤다.

사랑니가 자리를 잡아 나오는 과정처럼, 우리 아이의 사춘기도 그렇지 않을까.

성장통은 몸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었다. 마음에서도, 관계에서도, 세상과의 접촉면에서도 일어나는 일이었다.


아이는 요즘 사소한 일에도 쉽게 화를 내고, 방에 혼자 들어가 문을 걸어 잠그기도 한다. “왜 그래?” 묻고 싶지만, 사랑니를 밀어내는 힘을 억지로 막을 수 없는 것처럼, 아이가 겪는 내적 진통도 어쩌면 자연스러운 과정일 것이다. 억지로 잡아끌 수 없고, 대신 곁에서 지켜주어야 하는 시간.


사랑니는 원래 없는 듯하다가 어느 날 불쑥 고개를 내민다.

그 과정에서 잇몸은 붓고, 때로는 염증이 생기기도 한다.

하지만 결국은 제 자리를 찾아 하나의 치아로 살아간다.

사춘기도 마찬가지다.

아이의 마음은 아프고 혼란스러울지라도, 그 시기를 지나면 한층 단단한 어른으로 자라날 것이다.


엄마인 나는 때때로 불안하다.

아이의 말투 속에서 낯선 이질감을 느끼기도 하고,

‘혹시 잘못 크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걱정이 엄습하기도 한다.

그러나 치과의사가 했던 말이 자꾸 떠오른다.

“조금만 참으면 괜찮아질 거예요.”

성장에는 반드시 시간이 필요하고, 그 시간에는 통증이 따라온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그렇다면 내가 할 일은 무엇일까.

사랑니가 자리를 찾도록 조심스레 돌보듯, 아이의 마음에도 지나친 간섭 대신 따뜻한 관심을 건네는 것 아닐까.

필요할 때는 약이 되어주고, 필요하지 않을 때는 그저 묵묵히 곁을 지켜주는 것.

아이가 성장의 진통을 이겨낼 수 있도록, 사랑으로 덮어주는 것.


언젠가는 둘째 아이도 지금의 시간을 돌아보며 말하겠지.

“그때 많이 아팠지만, 결국 괜찮아졌어.”

그 말이 들리는 날까지, 나는 묵묵히 아이 곁에 서 있을 것이다.


사랑니가 결국 제자리를 찾아 하나의 치아로 살아가듯,

사춘기를 지나면 우리 아이도 단단한 성인으로 서리라 믿는다.

나는 그 믿음으로 아이를 바라본다.

그리고 조용히 기도한다.

이 작은 아픔이 아이의 내일을 더 깊고 넓게 키워내는 힘이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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