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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다섯 번째 편지 - 눈물

여름밤

by 여름밤의 테드
눈물


툭, 떨어지는 눈물 한 방울. 그 작은 방울 속에 얼마나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는지,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참아야 한다는 강박 속에 억눌렀던 감정들이, 둑이 무너지듯 터져 나오는 순간. 그것은 결코 약함의 표시가 아닙니다. 오히려, 우리의 마음이 스스로를 치유하려는, 용감한 시도의 시작일지도 모르겠죠.



뜨거운 눈물이 뺨을 타고 조용히 우리의 마음을 두드리는 동안, 우리는 자신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법을 배우게 됩니다. 억지로 웃으며 감정을 숨겼던 지난 날보다, 진솔하게 마음을 표현하는 것이 얼마나 자유롭고, 가벼운지 깨닫게 되죠. 나도 모르게 툭, 떨어지는 눈물은 우리의 고통을 증명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얼마나 강인한지, 그리고 얼마나 삶을 사랑하는지를 보여준다고 믿습니다.



마음을 충분히 쏟아낸 후의 고요함 속에서, 우리는 더욱 단단해지고, 성숙해집니다. 마음의 상처는 여전히 남아있을지라도, 그 상처를 덮는 흉터는 우리의 성장을 기록하는 흔적이 될 것입니다. 그러니 눈시울이 뜨거워진다면 그냥 내버려 두세요. 두려워하지 마세요. 눈물은 우리를 약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더욱 강하고 아름답게 만들어 줄 거예요. 흘러내리는 눈물 한 방울 한 방울이, 우리의 삶을 더욱 충만하게 만들어 줄 것입니다. 그 작은 방울 속에 담긴 이야기들을 기억하며, 앞으로 나아가는 용기를 얻으면서 말이죠.




테드님, 안녕하세요. 여름밤입니다!

너무 오랜만에 나타났죠? 짧게 말씀드리기는 했지만 정말 어마어마하게 정신없고 바쁜 날들을 보냈어요. 지금은 잠시 숨돌릴 틈이 생기기는 했다만 4월 중순부터 다시 정신없어질 예정이에요..



업무는 업무대로 쌓이면서 힘들고 정신적으로도 지치는 일들이 연달아 발생해 책 한 장 읽기 어려운 날들이 있었어요. 심지어 마음이 일렁일때는 참기가 어려워 자기 전에 눈물을 쏟아내기도 했어요. (대신 울고나니 속이 시원해서 좋았어요!) 이런 시기는 누구에게나 가끔 찾아오고 또 버텨내다보면 지나가더라구요. 지금 회사가 굉장히 중요한 때라고도 생각하고 있어서 조금 벅차기는 하지만 책임감을 가지고 최선을 다해보려고 해요. 그래도 이번 주말에는 등산도 다녀오면서 좋은 에너지 충전을 많이 하고 왔답니다! 산에 다녀오니 드문드문 개나리도 피고 봄이 성큼 다가왔더라구요.



요즘 테드님은 어떻게 지내고 계신지 궁금하네요.

올려주신 브런치 사이트 글들은 편지를 한 번에 볼 수 있어 좋더라구요. 특히나 소개글들을 정말 잘 써주셔서 감탄했고, 키워드를 뽑아내 쓰신 내용이 마치 책의 한 부분같아서 놀라웠어요. 이전 편지에서 테드님은 분명 애독가나 다독가가 아니라고 하셨었는데.. 글쓰시는 것에 타고난게 아니실까요? 원래부터 글을 잘 쓰셨던 것인지, 혹시나 잘 쓰는 팁이 있다면 궁금합니다! 저는 생각나는대로 글을 적는 편이라 두서없이 흘러갈때도 많거든요. 내 생각을 글로 표현한다는 것은 정말 어렵다고 생각해서 테드님이 더욱 대단하게 느껴졌어요.

그리고 번거로우셨을수도 있는데 편지를 잘 정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모아보니 생각보다 더 많은 양의 편지가 오고가서 새삼 놀라기도 했어요. 겨울을 지나 봄에 들어섰으니 당연한걸까요? 쌓여있는 글들을 보니 뿌듯한 마음이 들더라구요.



테드님의 생일에 관한 이야기도 잘 읽어보았어요. 제 삶에서 점점 무뎌진 것이 무엇이 있을까 생각해봤는데 저는 크리스마스더라구요. 크리스마스를 즐기지 않는 것은 아닌데 예전만큼 설레는 감정이 많이 사그라들었어요. 초등학생때만 해도 집에서 트리를 크게 만들어서 크리스마스 분위기도 물씬 나고 산타의 존재 또한 굳게 믿었었거든요. 크리스마스날 눈을 떴을 때 제 머리 위에 놓여져있었던 양말 안의 선물이 아직도 기억나요. 거창한 선물은 아니고 간식이 들어있었는데 그것만으로도 너무 행복했었거든요. 그래서 예전에는 크리스마스를 상상하기만 해도 두근거리고 신났었는데 지금은 동심이 사그라든건지 그렇게 설레는 마음이 들지는 않더라구요. 테드님도 산타의 존재를 몇 살까지 믿으셨는지 궁금하네요. 참고로 제 생일은 아직 시간이 좀 남았으니 생일이 지나기 전에 알려드릴게요!



테드님이 이야기해주신 죽음에 관한 이야기도 흥미롭게 잘 읽었어요. (저는 참고로 절에 가기 좋아하는 무교입니다!) 문득 태어난김에 세계일주라는 프로그램의 기안84가 갔던 인도여행 장면이 생각났어요. 거기서 인도의 마니까르니까 화장터가 나왔었는데 그 곳이 테드님이 간 화장터일까요? 하루에도 몇 백구씩 시신이 태워지는 화장터 영상을 보며 참 여러 감정이 들었었거든요. 죽음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고 또 피할 수 없다는 사실이 느껴져서요.



그리고 사람들에게 잊혀지는 것이 진정한 죽음이라는 테드님의 이야기에 영화 ‘코코’도 생각났어요. 혹시 보셨을까요? 본의아니게 편지만 쓰면 영화 이야기를 자주 하게 되네요..! 하지만 테드님의 죽음과 유대에 관한 이야기가 영화 코코의 메세지와 닮았다고 생각되서 꼭 말씀드리고 싶었어요. 특히나 저는 영화에 나오는 죽은 자들의 날(세상을 떠난 가족을 기리는 망자의 날)을 보며 실제로 저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거든요. 먼저 떠나간 가족들이 죽은자의 날에 이승으로 놀러온다고 생각하니 죽음이 덜 무섭고 또 아주 조금은 덜 슬퍼졌어요. 혹시나 영화를 안보셨다면 이해가 안가실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이정도로만 언급할게요! 저도 언젠가 세상을 떠나게 되더라도 보다 많은 사람들의 기억속에 살아갈 수 있도록 가치있는 삶을 살아야겠어요. 저도 이런 이야기는 가까운 사람들에게 하지 못하는 주제이기는 해요. 아무래도 무거운 내용이다보니 쉽게 꺼낼 수 없는데 그럼에도 또 생각해볼만한 주제라고 생각해요.



무작정 피하고 회피하는 것만이 답은 아니라는 생각도 요즘은 들거든요. 나름대로 저는 제 정신이 건강한 편이어서 회복탄력성이 나쁘지는 않다고 생각해요. 멘탈 자체가 엄청 강한 편은 아니어서 자주 바사삭 부서지기는 하지만 잘 붙여진다고 해야할까요..? 타격이 있어도 오래가지는 않고 털어내게 되더라구요. 어떻게 보면 조금은 타고났을 수 있겠지만 예전의 제가 이런저런 실패나 쓰린 경험을 해보면서 쌓아올려진 것도 있을겁니다! 테드님도 지금 내면이 겹겹이 쌓아올려져서 이미 두터워지지 않았을까요?

왜냐하면 편지 마지막 부분에 써주신 크로스핏 대회 이야기 중 후회는 없다. 그만큼 너무 힘들었다는 부분이 인상 깊었거든요. 정말로 모든 것을 다 쏟아부었다는 열정과 노력에 진심으로 대단하다고 생각됩니다! 다음 번에는 분명 원하는 목표를 이루실거라 믿어요. 물론 다치신 손목은 회복할 수 있도록 충분히 치료를 잘 받으셨으면 좋겠어요. 그때까지 화이팅입니다!

편지를 쓰다보니 밤이 늦어버려서 조금 짧기는 하지만 오늘 편지는 이렇게 마무리할게요. 마음이 급해서 더 많은 이야기를 풀어내지 못한 점은 양해 부탁드려요.



벚꽃이 하나 둘 피고 있더라구요. 지난 주말은 눈이 날려서 다시 겨울이 왔나 싶었는데 봄은 알다가도 모르겠어요. 피어나는 꽃들처럼 테드님에게도 향기로운 날들이 지속되길 바라겠습니다. 다음 편지에서 뵐게요!



P.S 조금 쌩뚱맞기는 하지만 최근에 마신 코코넛막걸리 사진을 함께 보내드릴게요. 너무너무너무 맛있었거든요. 사진속으로 들어가고 싶네요..




25. 04. 08, 여름밤으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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