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16-18주 차] 알 수 없는 너
아기의 하루는 단순하지만 그 안에서 매일매일 변화의 연속이다.
아기의 하루는 크게 먹-놀-잠으로 구분하는데, 잘 먹고 잘 놀고 잘 자기만 해도 최고!
하지만 이 단순한 일상의 반복 안에서 아기는 부모에게 여러 과제를 부여한다.
게다가 원더 윅스까지 겹치면 서로가 당혹스럽다.
네덜란드의 발달 전문가 헤티 판 더레이트와 프란스 X. 프로 에이가 처음 주정한 개념이다. 두 학자는 30년 동안 부모와 아이 사이의 관계, 아이의 발달에 대한 연구에 매진하며 생후 20개월 동안 아이가 정신적으로 커다란 도약기를 10차례 거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즉 생후 20개월까지 총 10번의 원더 윅스가 찾아온다는 것.
- 남양아이 성장발달 정보 참조 https://baby.namyangi.com/contents/view/4194/14945
이 때문에 다양한 '뇌피셜(객관적 근거 없이 자신의 생각만을 근거로 한 추측)'이 공존한다.
말 못 하는 아기의 울음과 몸짓 사이로 저마다 각기 다른 답을 내놓는데
"아기 속이 불편한 건 아니니?", "분유가 맞지 않는 건 아니니?", "너무 추워서 감기 걸리진 않니?" 등
불편하고 괴로운 아기와 그 울음의 원인을 모르는 부모와 조부모의 답답함 & 당황스러움까지.
그 끊임없는 추측과 질문은 엄마에게 화살처럼 쏟아지고, 엄마는 언제나 그렇듯 답을 찾아야 한다.
마치 인터스텔라의 카피처럼.
여러 매체의 정보와 여러 사람들의 조언이 홍수처럼 쏟아질 때 휩쓸리지 않아야 하는 것은 엄마의 몫.
또한, 누가 뭐라 하든 결국 이 아기가 원하는 걸 채워줘야 하는 것 역시 엄마의 몫.
그러기 위해서 매의 눈으로 아기를 면밀히 살피는 완벽한 비서 노릇을 해야 한다.
물론 처음엔 알 수 없다.
언제 깨워야 할까, 언제 먹여야 할까, 얼마나 어떻게 먹일까, 언제 재워야 할까
왜 울까, 어떻게 해줘야 할까, 왜 이럴까.. 등등
어디선가 이런 말을 들었다.
부모는 아기의 전지전능함을 충족시켜주는 매니저와 같다고.
울음 한 번에, 대소변과 허기를 알아서 처리해주고
짜증 한 번에, 불편한 속이 나아지도록 트림도 시켜주고
투정 한 번에, 어르고 달래며 재워주고 입혀주고 놀아준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손쉽게 얻어내며 하고자 하는 모든 걸 다 할 수 있으니
그의 전지전능함은 부모의 보이지 않는 손에 전부 이뤄질 수 있다.
하지만 한 번에 아기의 요구를 알아차리지 못하면 얄짤없는 울음과 보챔이 이어진다.
"왜 이러지 정말..!?"
뜻을 알 수 없는 울음에 애타고 안아주며 그저 달래줄 수밖에 없는 일도 부모의 몫.
육아는 녹록지 않고 말 못 하는 아기는 그저 울 뿐이니..
눈에 보이는 증상이나 상황의 키워드를 인터넷에 검색해가며 그 답을 미루어 짐작할 수밖에 없다.
인터넷의 아기는 내 품 속 아기가 아니기 때문에, '정답지' 대신 '정답을 찾는 선택지'를 알아낼 뿐이다.
그중에 우리 아기에게 알맞은 정답이 있길 바라며.
그럼에도 갑자기,
밥을 잘 먹거나 안 먹어도
잠을 잘 자거나 잘 못 자고 깨도
짜증을 내고 울고 성질 내도
어제와 다른 오늘의 아기의 정답을 끝내 알아채지 못할 때는..
정답도 찾지 못한 채 어찌어찌 우당탕탕 아기의 눈치를 살피며 하루를 보내면 그저 되뇔 뿐이다.
"크려고 그러나 봐."
"원더 웍스인가."
신생아기엔 매일매일이 달랐고 백일이 지나서는 매주 매주가 달랐다.
게임 캐릭터도 사냥과 퀘스트 달성을 통해 레벨업을 하면 즐겁고 보람찬데,
내 자식은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게다가 눈물로 짜증 난 얼굴을 하다가도 금세 풀려서
내게 천사처럼 미소 짓는 아기의 얼굴을 마주할 땐 세상의 행복과 평화가 내 눈앞에 있음을 실감한다.
물론 퀘스트를 성공하지 못한 날에는 괴롭고 미안한 맘에 자괴감으로 하루를 보낸다.
하루에도 천국과 지옥을 오가는 감정의 롤러코스터 속에서
마지막의 마지막에 할 수 있는 말은 결국 원더 윅스 탓.
아무리 인터넷에 검색하면 다 아는 시대에 모르는 사람이 바보라지만,
내 아기는 인터넷에 없으니 그저 선택지를 최대한 긁어보아 정리해서 맞춤 정답지를 제공하는 수밖에 없고.
그렇게 최선을 다하고도 어려우면, 일단은 원더 윅스 때문일 걸로 치자며 넘길 수밖에.
이따금씩 아기에게 묻는다.
"나중에 크면 오늘 왜 그랬는지 꼭 알려줘~:)"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