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14-15주 차] 멘털을 잡아라
긍정을 유지하는 건 건강하게 살 수 있는 가장 중요한 태도라 생각한다.
특히나 앞으로의 일을 상상하며 계획하고 미리 걱정하는 INTJ 성격에, 긍정이 없다면 여유도 행복도 없다.
다행히 아기가 80일쯤부터 10~11시간 통잠을 자고, 크게 울지 않는 편이라 견디며 육아할 수 있었다.
물론, 잠투정-밥투정-코딱지 파기의 눈물, 이 삼 대장은 이겨내기 쉽지 않지만...
육아로 보내는 일상에 적응하기 시작하면서 한 가지 확실하게 깨달은 것은
시간은 금이라는 것.
평생 하고 싶은 것만 하며 맘껏 내 시간을 누렸던 과거와 달리, 현재는 아기 돌보기 바쁜 시간이다.
아기가 우선이고 남은 시간 틈틈이 해야 할 살림까지 하다 보면, 내게 남은 자유시간은 금처럼 귀했다.
'육아휴직 기간 동안 내가 하고 싶은 걸 해야지'란 생각은 오만했음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오히려 얼마나 힘들면 휴직이 필요할지를 고민했어야 했지.!)
"오늘 뭘 했다고 하루가 다 갔냐."로 시작해서 끝나는 한 주.
자칫 잘못했다간 도대체 뭘 하다 하루가 다 갔는지 모를 날이 되지 않도록 난 바쁘게 움직이려고 노력했다.
지치고 힘들더라도 너무 우울하거나 좌절하지 않고 금세 웃을 수 있는 회복 탄력성을 챙기기 위해.
회복 탄력성 回復彈力性
심리 실패나 부정적인 상황을 극복하고 원래의 안정된 심리적 상태를 되찾는 성질이나 능력.
특히나 나는 나만의 시간을 갖는 것이 내 회복 탄력성을 갖는 데 있어 중요한 사람이다.
혼자서 일기를 쓰고 사색을 하며 환기를 하는 것이 정신적으로도 신체적으로도 중요했다.
그래서 내 시간을 최대한 벌고자 크게 3가지 노력을 했다.
첫째, 생산성을 높이는 루틴
시간이 아깝고 오늘 하루가 귀하며 매 순간이 소중하다면, 인생은 단순해진다.
에둘러 복잡하게 빙 돌아서 가던 길도 곧장 지름길로 달려가고 싶은 법.
자잘한데 마음 쓰는 것이 불필요해지고 꼭 필요한 행동과 생각을 하는 것에 집중하게 된다.
그래서 내가 하는 일 중 단순 반복되는 집안일은 최소화하고 내가 신경 쓰고 싶은 일을 잘할 수 있도록 생활 속 틈틈이 생산성을 높이려고 노력했다.
1) 집안일 자동화 :
SK 매직 얼음정수기 - 매번 얼음을 얼리고 보관하는 시간 절약
삼성전자 식기세척기와 건조기, 로보락 로봇청소기(+물걸레 포함) - 설거지와 빨래, 청소기 시간 절약
에르제 스팀 소독기 - 젖병 열탕 소독의 시간 절약
브라비 분유 제조기 - 분유 제조 노동 시간 절약
헤이홈 CCTV - 잠든 아기를 눕혀놓고 자유 활동 가능
21세기 MZ세대 엄마로서 현대 문물의 자동화를 누리지 않는 건 어떻게 보면 어려운 길을 사서 가는 것.
시간을 똑똑하게 활용하며 내 멘털과 행복을 챙기기 위해 쉬운 길을 돈 들여서 간다.
- 매일 아침 7시, 집안 이곳저곳 청소하는 로봇청소기가 다시 충전기로 되돌아가는 소리를 들으며 일어나고.
- 브라비로 바로 아기 분유를 내려 먹인 후 하루 종일 사용한 젖병은 스팀 소독기로 저녁에 한 번에 세척한다.
- 매 식사를 간단히 먹고 식기세척기를 돌리고, 아기 목욕을 시키면 어른/아기 빨래를 돌려 건조한다.
- 식사 역시 마켓 컬리와 로켓 배송의 새벽 배송만 있다면 문제없다.
2) 아이패드에어-휴대폰-애플워치의 호환 :
아기의 먹놀잠 스케줄에 따라 비서처럼 그의 옆에서 업무를 수행해야 하지만, 그 틈에도 내 할 일을 놓치지 않고 할 수 있도록 한다.
- 먹 : 한 손엔 젖병을, 한 손엔 휴대폰을 들고 틈틈이 웹서핑과 유튜브 시청
- 놀 : 아기와 함께 놀이를 도우며 옆에 누워 아이패드 에어로 글감 정리와 다이어리 작성
- 잠 : 아기를 재우고 시간이 될 땐 휴대폰으로 CCTV 앱을 켜놓고 할 일을 함
틈틈이 스트레칭과 집안일, 유모차 산책을 할 때에도 애플워치를 활용해서 두 손 자유롭게 두며 할 일을 확인할 수 있다.
둘째, 10년 일기
나는 생각을 말로 정리하는 걸 좋아한다. 잠깐 복잡했던 마음에 여유의 숨을 불어넣고 순간의 감정에서 거리를 둘 수 있기 때문이다. 좀 더 객관적인 시선으로 상황과 관계 그리고 나를 돌아보며 성찰하기에도 활용도가 좋아서 일기를 쓰곤 한다.
고2-3 수험생 때 플래너에 쓴 짧은 일기를 시작으로, 성인이 되어 아기를 낳는 지금까지 다이어리에 일기를 쓰고 있다. 때로는 알록달록 예쁜 속지의 다이어리를 구매하기도 하고, 시간 절약과 목표 달성을 위한 플래너를 구매하기도 했고, 스타벅스 다이어리에 꽂혀 겨울에 스벅 커피를 달고 살기도 했다.
10년을 넘게 쓰다 보니 1년 주기로 다이어리를 구매하는 것이 귀찮고 보관하거나 버리는 과정도 난감했다. 그러던 중 3년/5년/10년 일기를 봤고, 10년 일기를 구매해서 쓰는 중이다.
아래 이미지처럼, 다이어리는 오늘 하루를 보낸 지난 10개년을 기록할 수 있도록 10칸으로 구분되어 있다.
(3년, 5년이라면 3개년, 5개년의 하루를 기록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이 다이어리를 쓰면서 느낀 효용은 긍정의 회복탄력성을 높여주는데 정신적으로 큰 도움을 얻었다는 점
당장 오늘 하루 너무 힘들고 우울하거나 괴로움 등 부정적인 기분이 들 때면 이 다이어리를 쓰면서 나 스스로에게 되묻는다.
"과연 오늘의 힘듦이 10년 뒤에도 기억이 날까. 그만큼 내 인생에 중요한 일인가."
실제 10년 일기를 쓰다 보면, 대부분의 걱정과 부정적인 감정은 10년은커녕 불과 1년만 지나도 다 까먹고 잊히는 일이었다.
일기의 전부를 보여줄 수는 없지만.. 예를 들어, 작년의 오늘 12/31은 회사 거래처 때문에 너무 힘들어서 그만두고 싶었다면, 올해의 오늘 12/31은 육아휴직으로 회사의 모든 일을 다 잊고 가족과 함께 행복한 하루를 보냈다. 때로는 작년의 부정적인 일을 다시 읽어보면 사실 큰 일도 아닌데 너무 비장하고 홀로 괴로워했단 생각도 들었다.
이런 경험을 통해, 내 하루의 감정을 다룰 때 좀 더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할 수 있는 힘을 길렀다.
1년 전 오늘,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정확히 몰라도 그 일을 통한 감정은 생생하니까. 기분 좋게 하루를 보내려고 노력하면서.
- 금세 잊고 훌훌 털어버릴 수 있는 부정적인 감정은 고이지 않고 흘러갈 수 있도록
- 대신에 긍정적인 일은 기록하여 오래오래 기분 좋게 되새길 수 있도록
- 오늘 하루를 밝게 보낼 수 있도록
셋째, 해피 저금통
우연히 나 혼자 산다를 보다가 이은지의 해피 저금통을 봤다. 행복한 일이 있을 때마다 종이에 적어 기록해두어 저금통에 보관한다. 1년 동안 모아둔 행복한 일을 연말에 펼쳐보며 한 해를 돌아볼 수 있는 아이템이었다.
'행복이 눈으로 보이는 순간, 한 해의 행복이 좀 더 와닿지 않을까'란 생각으로 우리 집도 따라 하기 시작했다. 언제 이 병을 가득 채우나 싶었는데, 벌써 병 가득히 행복을 채웠다. 언제 한 해가 다 가나 싶었는데, 벌써 11월인 것처럼 말이다.
어릴 땐 어른이 되면 당연히 뭐든 잘할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나이가 든다는 것만으로 전부 다 잘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나이와 상관없이 누구나 처음 겪는 인생의 여러 변화를 잘 헤쳐나가며 각자만의 노하우를 쌓는 것이 성숙의 척도 같다.
나 역시 터닝포인트라 불릴 만한 인생의 큰 변화를 겪으며 때론 후회하기도 슬퍼하기도 기뻐하기도 했다. 한 사람의 일대기에서 주요한 변화로 보통 입시나 취업, 결혼, 출산 등이 당연히 클 거라 생각했으나 막상 겪어보니 출산은 상상 그 이상이었다.
나의 역할에 ‘엄마’라는 단어 하나가 더 추가된 것인데, 지금까지의 그 모든 역할은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무겁고 어려운 역할임을 깨달았다. 한 생명이 태어나고 책임져야 하는 평생의 순간,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그 순수한 경험을 놓치지 않고 잘 즐기려면 예상치 못한 힘듦이 닥친 순간 이겨낼 나만의 회복탄력성을 단련해야 했다.
나는 INTJ로서 계획성과 긍정의 힘을 믿으며 나만의 회복탄력성을 기르는 노하우를 쌓았다.
앞서 말한 것처럼 오늘 하루를 즐겁게 보낼 수 있도록 생산성을 높여 나를 돌아볼 시간을 챙기고, 하루의 행복을 놓치지 않으며, 오늘의 기쁨만 10년 내내 간직할 수 있도록 말이다.
물론 계획을 하며 고민하다 보면 걱정이 많거나 비장해지거나 딴 길로 새기도 한다. 언제나 현실과 이상이 다르니 목표는 계획대로 되지 않기도 하고. 평생 무수한 계획과 수정을 반복한 INTJ이기에 그 현실을 정확히 안다. 아무리 시간을 쪼개어 바쁘게 보내고 해피 저금통에 10년 일기를 써도 힘들 때가 있다.
힘들고 힘듦의 연속.
머리로는 괜찮다 되뇌지만
마음이 뜻대로 되지 않을 때.
무슨 수를 써도 힘들 땐, 어쩔 수 없다. 세상엔 어쩔 수 없는 일이 있고 나 자신 역시도 내 뜻대로 되지 않는다. 모순적 이게도. 그 사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내 마음을 살피려고 한다.
'한 번쯤은 나 자신을 봐줘도 되지 않을까?' 되뇌며.
적어도 나는, '나 자신을 괜찮은 사람'으로 봐줄 수 있도록 말이다.
우연히 배두나가 출연한 유 퀴즈 온 더 블록을 본 적 있다.
배두나가 생각하는 인간 배두나는 괜찮은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배두나는 "본인이 본인이 가장 안 좋은 면도 알고 있다. 제가 볼 때 저는 한심한 면도 있고 스스로 자책할 때도 많지만 부족한 점은 있어도 이 정도면 괜찮다고 생각한다"라고 했다 - OSEN 박판석 기사
배두나는 자신 스스로가 괜찮은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스스로 해줄 수 있는 가장 멋진 칭찬'이었다.
나도 그렇게 나 자신을 위로하며 오늘 하루 상처받은 몸과 마음을 회복하고 또다시 내일을 산다.
나와 내 가족이 모두 평화롭고 행복하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