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섭 지음
중학교, 고등학교 모두 개근상을 받았다. 땀이 뻘뻘 나는 감기 몸살에도 교실 자리를 지켰던 걸 보면(조퇴를 한 번이라도 하면 개근상을 받지 못했다.) 공부는 지지리도 하지 않는 놈이 상이라는 걸 받고는 싶었나 보다.
대학교에 올라가서 한 번의 결석은 학점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는 소리를 들었다. 끈기 또는 고집으로 개근상을 두 개나 받았던 나는 문득 정직함과 성실함이 재미없게 느껴졌다. 그래서 충동적으로 잠수를 타고 결석을 했다. 학교가 가기 싫어 결석을 한 것이 아니라 결석이 하고 싶어 학교를 가지 않은 것이었다.
“어딜 가야 하지..” 땡땡이라고 해봐야 고등학교 때 야자 도망가는 게 다였는데, 태어나 처음 해본 무단결석에 어디를 가야 좋을지 알 수 없었다. 평일 오전의 거리는 한산했고 혼자서는 흥이 나지 않았다. 그냥 카페에 가서 커피나 마셔야겠다고 생각했다. 아무 이유 없이 행선지를 홍대로 정했고, 홍대 캠퍼스 바로 앞 건물 2층에 위치한 카페로 갔다.
그래도 땡땡이니까 무언가 조금은 특별한 걸 마셔야지 하며 주문한 모카 프라페. 음료를 마시며 과 사람들에게 걸려오는 전화를 계속 받지 않던 와중 친한 형이 카톡 하나를 남겼다. 대략 “박진섭 무슨 질풍노도의 시기냐?”와 같은 뉘앙스의 메시지였는데 질풍노도의 시기는 아니었다. 내일이면 아무 일도 없었단 듯이 부지런히 학교에 갈 참이었다. 카페에서 대화를 나눌 사람이 없다 보니 금방 지루해져 괜히 공책을 펴 글을 끄적거렸다. 창문 너머로 횡단보도를 걷는 사람들을 보며 시도 써보고, 낙서도 해봤다. 그러다 빨대에서 바람 소리 나는 얼음만 남게 된 모카 프라페를 보며 생각했다. “아 땡땡이 별거 없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