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섭 지음
광고 회사를 다니다 보니 야근하고 타는 택시랑 많이 친하다. 택시는 콘텐츠 같다. 집에 가는 길 창밖 풍경은 매일 똑같지만 다양한 택시 기사님을 만나게 되고, 여러 음악을 듣게 된다.
어느 날은 야근하고 탄 택시에서 체리필터의 ‘낭만고양이’라는 곡이 흘러나온 적이 있다. 통쾌하게 빼리쩨리쎄리~(sweet little kitty~) 하는 전주만 들어도 묘한 일탈감이 들게 하는 그 노래를 오랜만에 만나니 피곤한 육체에 가슴만은 시원해졌다. 늦게까지 회사에서 일하고 자정이 넘어가는 시간의 퇴근길이었지만 낭만고양이 덕분에 나는 모순적이게도 택시 안에서 자유를 느꼈다.
만약 그날 칼퇴근을 해 택시를 탈 일이 없었다면, 온전한 저녁 시간 가족과 밥을 먹던가 친구를 만나 술을 마셨더라면 나는 더 큰 자유를 느낄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사는 동안 자유라는 건 은근히 가지기가 어려운 것 같다. 이윽고 자유를 찾았다 싶으면 변수라는 녀석이 끊임없이 찾아오기 때문이다. 그래서 생각했다. 자유롭던 나에게 찾아온 변수를 사랑하면 낭만이 된다고.
젊을 때 최대한 많이 자유를 만끽하려 한다. 젊어서 일하고 젊어서 사랑하고 젊어서 놀고 젊어서 취하고 젊어서 다툰다. 젊어서 하는 모든 것이 아름답기에 변수까지 사랑할 이유는 충분하다. 뒤돌아보니 택시에서 낭만고양이를 들으며 내가 느꼈던 건 자유보단 낭만에 가까웠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