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섭 지음
즉석 복권 스피또. 국가 복지사업에 일조할 겸, 일확천금의 꿈을 꿔볼 겸 한 번씩 사곤 한다. 찢어진 복권은 낙첨의 아쉬움을 표하는 나의 퍼포먼스. 그래도 2장을 샀더니 한 장은 천원 당첨이다. 오케이 한 장 더 사러 가자.
로또를 산 적도 있다. 로또라는 것은 토요일 저녁 술을 마시러 가기 전에 사는 것이다. (로또는 매주 토요일 오후 8시 45분에 당첨 번호가 발표된다.) 5천 원으로 딱 다섯 게임. 나는 지금 기부를 하는 것이라고 찰나의 나에게 속삭이며 구매한 로또를 손에 들고 술집에 들어가 친구와 술을 마신다.
당첨번호 발표까지 1시간 전. 몽상 속의 나는 만수르가 된다. 허황된 생각임을 알지만 1등이 당첨된 나를 상상하며 친구와 나누는 대화는 도파민이 분비되기에 충분하고, 안줏거리로도 손색없다.
로또에 대한 나름 본인만의 얕은 고찰을 뽐내고 있지만 사실 로또를 두 번 밖에 사보지 않았다. 그리고 두 번째 구매에서 당첨이 되고 만다.
당첨 결과는 4등. 당첨금 5만 원. 만수르는 되지 못했지만 같이 구매한 친구의 꽝을 더 즐겁게 놀릴 수 있는 특권을 가진 박진섭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