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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길호 Oct 25. 2024

우리가 담긴 포토앨범

박진섭 지음

 벌써 몇 년째 인생네컷 등의 포토부스가 인기다. 어느덧 사람들에겐 만남의 마지막 순간에 이 포토부스에서 함께 사진을 찍는 것이 하나의 룰이 되었다. 좁은 부스 안에서 이리저리 몸을 욱여넣으며 열정적으로 사진 찍는 이들의 모습은 모두 사랑스러워 보인다. 부스 안에서는 행복한 웃음소리가 오가고, 그 웃음소리 가득한 얼굴들이 추억과 함께 출력된다.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물건은 언제나 정겹다. 스마트폰과 디지털카메라로 찍은 사진들은 파일로 편리하게 간직할 수 있겠지만, 실물로 존재하는 사진은 추억의 촉감까지 느낄 수 있어 더욱 정겹다.


 나 또한 저렴한 가격에 좋은 추억을 남길 수 있는 이 서비스에 매료되어 친구들, 지인들과 자주 애용하며 찍은 사진들을 모두 소중히 간직하고 있다. 


 언젠가 한 친구의 생일에 카카오톡 선물하기를 통해 포토부스 사진을 면마다 붙여 간직할 수 있는 앨범을 선물한 적이 있다. 나도 갖고 있는 사진들을 안전하고 쾌적하게 보관하고 싶었기에 내 앨범도 함께 사서 사진들을 붙이고, 다양한 우리가 모여 사진을 찍었던 날짜를 일일이 손글씨로 써넣었다.


 한 번씩 앨범을 펼쳐 볼 때면 그날 우리가 어떤 이야기를 했고, 어디서 어떤 술과 어떤 안주를 먹었는지 어렴풋이 기억이 난다. 사진이 머릿속에서 영상이 되는 느낌이다. 나는 그대로지만 옆에서 함께 사진 찍는 사람들이 바뀐다. 내가 어색하게 미소 지은 표정은 항상 똑같지만 입고 있는 옷은 계속 바뀐다. 시간이 지나도 수많은 사진에 비친 모습처럼 해맑은 아이 같은 우리의 즐거운 얼굴들은 여전하길 바라며 오늘도 취기 오른 목소리로 말한다. “2차 가기 전에 인생네컷 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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