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게 깨닫는 아빠 마음
엄마가 사라진 후 우리 집은 대체로 적막했다. 이따금씩 시끄러워지는 이유는 오빠의 방황이었다. 그 당시에 오빠의 방황과 반항은 나를 더 착한 아이로 만들었다.
나라도 말을 잘 들어야지. 나는 저러지 말아야지.
아빠에게 나라는 짐을 더 얹어주기 싫어서 혼자서 잘 해내고, 해내야만 했다.
그때의 우리 세 사람은 서로에게 줄 여유가 없었다. 살아내는 것에 급급하여 옆을 돌봐줄 여유가 없었던 거다.
철부지라 생각했던 오빠의 이면에는 학교에서의 문제가 있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중학생이던 오빠는 왕따를 당하고 있었다.
사실 나도 별반 다르진 않았지만, 사춘기였던 만큼 그 문제가 예민하게 다가왔을 것이다. 특히 점심시간이 제일 곤욕이었다고 말했다.
엄마가 싸준 도시락이랑은 다른 아빠의 도시락. 김치한종류 혹은 멸치 한 종류만 담긴 도시락이 비웃음을 산 것이었다. 오빠는 점심시간이면 몰래 빠져나와 계단에서 밥을 먹었다고 했다.
그 눈물 젖은 점심 도시락이 마음에 사무쳤겠지..
더군다나 오빠는 아빠를 무서워했으니 마음이 얼마나 힘들었을까.. 이것도 나중에 커서야 생각이 들었다.
그저 왜 저렇게 철없이 구는 걸까 막연히 생각했는데.. 다 각자만의 사정이 있었건 것이다.
그리고 오빠의 마음 한편에는 아빠의 원망이 많았다. 오빠는 성인이 되자마자 술을 진탕 먹고 자기 속마음을 꺼낸 적이 있었다.
‘사실은 아빠가 엄마를 못 돌아오게 만든 거 아니냐고…’
그 이야기를 들은 아빠는 크게 당황했던 기억이 있다. 왜 키워주는 아빠한테 저토록 반항적일까 생각했는데.. 이런 생각이 있어서 원망했나 보다.
아마도 인정하고 싶지 않았겠지.. 엄마가 자의로 돌아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외면하고 싶었던 거 같다.
나중에 엄마의 재혼소식을 알고 나서야 오빠는 현실을 직시했다.
‘정말로 엄마가 우리를 버렸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