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게 깨닫는 아빠 마음
초등학교 6학년으로 올라갈 무렵, 초경이 시작되었다.
내가 초경을 시작하기 전. 같은 반에 생일이 똑같은 여자아이가 있었는데, 나보다 먼저 초경을 경험하고 반에서 다른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걸 들었었다.
“아빠가 꽃다발을 사가지고 오고 엄마가 케이크를 사 와서 파티를 했어!”
드라마에서나 나오는 줄 알았던 삶을 살던 그 친구를 보며, 나랑 생일도 같고 같은 나이인데 저 친구랑 나는 왜 이리 다른 걸까 생각했다. 아무 쓸모없는 생각이었지만..
그리곤 몇 달 후 나도 초경이 시작된 것이다. 처음 피를 보자마자 든 생각은 “돈”이었다.
무서울 겨를도.. 당황할 겨를도 없이.. 말이다.
그 당시의 아빠는 오빠 때문에 걱정이 많았기에 거기에 나까지 문제가 되는 게 걱정이 된 것이다.
‘아.. 가뜩이나 아빠가 우리를 키우는 게 힘든데 생리대 값까지 달라고 해야 하는 거 괜찮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돈 너무 많이들어서 고아원에 버리는 건 아니겠지 하며..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이건 그냥 아이가 자라면서 생기는 자연스러운 순서임에도 불구하고 어쩐지 내가 잘못해서 문제가 생긴 건 아닌지 불안하고 초조했다.
그날 저녁 퇴근한 아빠께 인사를 건네며 던진 한마디를 아직도 생생히 기억한다.
“아빠, 저 키우는데 돈이 더 들 거 같은데 어쩌죠?”
내용을 들은 아빠는 당황했고, 아무 말 없이 일단 나를 데리고 슈퍼로 가서 생리대를 사 왔었다.
그리고 그다음 날, 주변사람들에게 물어봤는지 바로 속옷 가게로 가서 주니어 속옷 세트를 구매해 주셨다.
언젠가 아빠께 그렇게 말한 거 기억하느냐 물으니 아빠는 기억이 안 난다고 허허 웃으시다 이내 속상해하셨다.
다행이었다. 아빠만 이런 기억을 가지고 있었다면 내내 마음이 시릴 텐데, 나만 기억하고 있어서 정말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