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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딸래미 빵티셸 Jun 08. 2024

#11 초경을 시작했을 때, 버려질 걱정을 했다.

뒤늦게 깨닫는 아빠 마음


초등학교 6학년으로 올라갈 무렵, 초경이 시작되었다.


내가 초경을 시작하기 전. 같은 반에 생일이 똑같은 여자아이가 있었는데, 나보다 먼저 초경을 경험하고 반에서 다른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걸 들었었다.


“아빠가 꽃다발을 사가지고 오고 엄마가 케이크를 사 와서 파티를 했어!”


드라마에서나 나오는 줄 알았던 삶을 살던 그 친구를 보며, 나랑 생일도 같고 같은 나이인데 저 친구랑 나는 왜 이리 다른 걸까 생각했다. 아무 쓸모없는 생각이었지만..


그리곤 몇 달 후 나도 초경이 시작된 것이다. 처음 피를 보자마자 든 생각은 “돈”이었다.


무서울 겨를도.. 당황할 겨를도 없이.. 말이다.


그 당시의 아빠는 오빠 때문에 걱정이 많았기에 거기에 나까지 문제가 되는 게 걱정이 된 것이다.


‘아.. 가뜩이나 아빠가 우리를 키우는 게 힘든데 생리대 값까지 달라고 해야 하는 거 괜찮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돈 너무 많이들어서 고아원에 버리는 건 아니겠지 하며..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이건 그냥 아이가 자라면서 생기는 자연스러운 순서임에도 불구하고 어쩐지 내가 잘못해서 문제가 생긴 건 아닌지 불안하고 초조했다.


그날 저녁 퇴근한 아빠께 인사를 건네며 던진 한마디를 아직도 생생히 기억한다.


“아빠, 저 키우는데 돈이 더 들 거 같은데 어쩌죠?”


내용을 들은 아빠는 당황했고, 아무 말 없이 일단 나를 데리고 슈퍼로 가서 생리대를 사 왔었다.


그리고 그다음 날, 주변사람들에게 물어봤는지 바로 속옷 가게로 가서 주니어 속옷 세트를 구매해 주셨다.


언젠가 아빠께 그렇게 말한 거 기억하느냐 물으니 아빠는 기억이 안 난다고 허허 웃으시다 이내 속상해하셨다.


다행이었다. 아빠만 이런 기억을 가지고 있었다면 내내 마음이 시릴 텐데, 나만 기억하고 있어서 정말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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