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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딸래미 빵티셸 Jun 09. 2024

#13 마음에 묻어 둔다고, 사라지진 않는다.

뒤늦게 깨닫는 아빠 마음


착하고 사고 한번 안치는 딸이었지만.. 그랬기에 아빠는 내 마음을 더 이해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나는 무엇이든 곧 잘 참았고, 혼자 쌓아오다 터지면 엉엉 울어버리곤 끝내 속이야기를 하지 않는 아이였다.


그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일 하나가 떠올랐다.


그날은 친척언니 결혼식이었다. 초6인 나를 데리고 아빠는 그 결혼식에 참석했다.


갑작스럽게 아빠는 부조금을 받아야 했다. 부조금 자리에 앉기 전 아빠는 나를 친척 사람들에게 부탁했지만, 그저 자리에 잘 앉아있는지 보고만 있었을 뿐. 누구도 날 신경 써주진 않았다.


결혼식장 사람들은 다 웃고 있었다. 삼삼오오 모여서 사람들은 새로 탄생할 부부의 행복을 빌어줬고, 이 분위기에 어울리지 않는 사람은 나 혼자 같았다.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다들 정신이 없어서, 시간이 지날수록 내 존재는 희미해져 갔다.


모든 것이 반짝이며, 내 그림자는 더 어두워졌다.


챙겨줄 수 있는 유일한 가족인 아빠는 돈을 세느라 정신이 없었고, 나 혼자만 그곳에 고여있었는 기분에 조용히 자리에서 빠져나왔다.


그러다 울음이 터져서 구석에서 엉엉 울었다.


뒤늦게 내가 운다는 얘길 듣고 아빠가 달려와서 왜 우는지 이유를 물었지만,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아빠는 이내 한숨을 쉬며 같이 자리로 돌아왔다. 아빠는 결국 내가 왜 그랬는지 끝끝내 알지 못한 채 그날의 일은 지나가 버렸다.


아빠, 그날 내 마음은..


나 빼고 모두 행복해 보여서 슬펐다?

여기 내 자린 없는 거 같았어..

지금 이대로 사라져도 아무도 모를 텐데..

사라질 용기가 없었어.


그 와중에 사람들이 그랬어

아빤 아직 젊은데 애 딸린 홀아비라 걱정이라고..


근데, 그게 사실이라 더 슬펐다는 걸 입 밖으로 꺼낼 수 없었고.. 침묵하는 나 자신이 비참하고 슬펐어.


이건 아빠에겐 못했던 내 진짜 속마음이었다. 아마 평생 아빠한텐 말 못 할 이야기일 것이다.


하지만, 이따금씩 결혼식에 온 그때의 내 또래 아이들을 마주할 때면 떠오르곤 한다.


아빠는 그때 무슨 생각을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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