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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딸래미 빵티셸 Jun 10. 2024

#15 엄마, 어떻게 그럴 수 있었어?

뒤늦게 깨닫는 아빠 마음


내게는 딸이 두 명 있다. 올해 10살 8살이 되었다. 첫아이를 하늘로 보내고 다시 지금의 아이들을 만나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특히 입덧이 심했는데, 아빠는 엄마가 입덧이 워낙 심해서 너도 그럴 줄 알았다고 했다. 엄마가 있었다면 내가 입덧을 할 때마다 공감해 주며 이야기 나눌 수 있었을까?


다행히 아이들은 건강했고, 육아는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고됐다. 너무 힘들어서 엉엉 울어버릴 때도 많았고, 처음 하는 일이라 서툴러 아이들이 고생할 때면 밤새 죄책감과 미안함에 속이 쓰렸다.


아이를 낳기 전까진 날 버린 엄마가… 그저 연인들이 서로 마음이 다하면 헤어지듯 우리를 더 사랑하지 않아 버리고 간 것일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엄마를 이해할 수 없었다. 내 자식을 버리고 어떻게 갈 수 있지? 어떻게 한 번도 안 찾아올 수 있지?


눈에 안 보이면 걱정되고, 나는 못해도 내 아이들에겐 해주고 싶은 이 절절한 마음을 느끼면서 엄마가 더 이해가 되지 않았다.


물론, 결혼 생활을 하다 보니 부부 사이라는 게 내가 기억하고 생각하는 것 같지 않을 수도 있단 생각은 들었다. 나는 아빠의 입장에서만 들은 이야기니까. 엄마에게 또 다른 고충이나 문제가 있었을 수 있겠다..라고 짐작해 봤었다.


하지만, 자식은 또 다른 문제라 생각이 들었다. 남편은 싫더라도 자식을 버리고 갈 만큼.. 문제가 있었던 걸까?


시어머님이 출산을 할 때마다 넌지시 물어보시곤 했다. 엄마가 보고 싶진 않으냐고.. 매몰차 보이겠지만 엄마가 보고 싶거나 그리워서 울기엔 시간이 너무 많이 지나버렸다.


그럼에도 딱 한순간, 엄마가 그리웠을 때가 있었다.


첫째 딸래미가  5살쯤 되었을 때, 내 엉덩이로 콩 와서 머리를 박으며 깔깔거리듯 장난을 친 적이 있었다. 몇 번을 반복하는 장난을 받아주며 문득 생각이 났다. 나도 어릴 적 엄마에게 이런 장난을 똑같이 했다는 것이..


유전자란 참 신비하구나. 이런 것도 닮는구나 싶어 깔깔깔 웃으며 딸에게 엄마도 예전에 이런 장난했었는데~라고 이야기해 줬더니 신기해하며 좋아했다.


딱 그날 하루였다. 엄마가 보고 싶었던 건, 아무 생각 없이 휴대폰을 들고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


“ 엄마, 우리 ㅇㅇ이가 나한테 이런 장난을 치더라? 나도 엄마한테 그랬었는데 엄마 그거 기억해? 진짜 피는 못 속인다더니 이런 걸 닮았네~ 그렇지 엄마? “


라고 웃으며 말하면 엄마는 뭐라고 대답했을까. 기억은 하고 있을까.


첫째 딸래미는 내 코를 닮았어. 엄마가 맨날 이 코는 대체 누굴 닮은 거지 의아해하던 그 코 말이야.


둘째 딸래미는 내 눈을 닮았어. 다행히 피부는 둘 다 날 닮아 하얗고 예뻐. 만약 엄마가 우리 아이들을 본다면 뭐라고 할까.


이 글을 쓰며 갑자기 터져 나오는 마음에 눈물이 고인다.


그리고 문득, 엄마를 더 많이 닮은 날 키우던 아빠는 나를 보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 싶어 마음이 아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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