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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딸래미 빵티셸 Jun 06. 2024

#9 엄마가 없는 아이는 어딜 가나 티가 난다.

뒤늦게 깨닫는 아빠 마음


딸을 아빠에게 맡기면 생기는 일이라는 짤들을 본 적이 있다. 나도 출산을 하러 가며 남편에게 첫째 딸내미를 맡겨 본 적이 있기에 이 짤들에 엄청 공감하면서 봤었다.


출산 후 병실에서 받아본 키즈노트에 올라온 사진을 보고 경악을 했었다. 남편이 엉성하게 묶은 머리, 내복에 내복을 입혀놓고 어린이집에 등교한 모습에 빵 터져 한참을 웃었었다.


아빠도 그랬을 것이다. 엄마가 갑자기 사라졌고 그 당시 내 머리는 긴 편이었다. 머리를 묶어준 적이 없으니 옷은 고사하고 내 머리가 문제였다.


아빠는 나를 미용실로 데려가 쇼트커트로 머리를 잘랐다. 사실 나는 자르기 싫었는데, 어쩔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아무 말 없이 따라가야 했다.


짧아진 머리에 울상이 되었던 내 모습에 아빠는 문구점에 들려 머리띠 하나를 사줬다. 아직도 기억나는 연두색에 꽃 모양이 붙어있는 머리띠였다.


엄마가 없는 아이는 어딜 가나 티가 났다. 하지만 불만을 이야기할 수도 없었다. 그것이 아빠의 최선이라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았기 때문이었다.


어딜 가나 위축될 수밖에 없었다. 학교 안에 이미 소문은 퍼졌고, 내 주변에 친구는 없었다.


애써 밝은 척 행동하면, 엄마가 없어서 관심을 받으려고 나댄다고 했고.. 조용히 있으면 엄마가 없어서 애가

우울하다 했다.


그래도 꿋꿋이 학교를 다녔다. 가기 싫었을 법한데.. 누구보다 열심히 학교를 다녔다. 학교에 대한 기억은 많이 남아 있지 않다. 아마 생존 본능인지도 모르겠다.


누가 나서서 나를 괴롭히진 않았지만, 그 누구도 나에게 관심이 없었다. 그게 말도 못 하게 슬퍼서 집에 오면 폭식을 하기 시작했다.


먹을 땐 먹는데만 집중하면 되니까, 그냥 먹었다. 아무 의미 없는 티브이를 켜두고 그저 그렇게 입에 음식을 집어넣었다.


지금 내 몸에 있는 살이 튼 자국은 다 그 시절에 만들어진 것이었다. 임신 때도 배가 트질 않았는데, 내 몸에 이미 튼살이 너무 많아서 더 생길 게 없었는지도 모르겠다.


먹는 게 많으니 살이 찌는 건 당연했다. 엄청난 고도비만은 아니었으나, 갑자기 살이 찌는데 아빠는 도리어 좋아했다.


나중에 아빠에게 들은 말인데, 자기가 해준 것도 없는데 애가 살이 찌니까 다행이라 생각했다고 얘기했다.


자식을 키우다 보니 그게 무슨 말인지 이해가 갔다. 잘 먹어주고 살이 통통하니 오른 게 위안이 된다.


잘 챙겨줄 여력도 없는데 빼빼 말라서 애가 안쓰러워 보이면 그것 만큼 마음 쓰린 일이 없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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