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만나는 12월 31일.

스눕피의 단상단상(2)

by 스눕피

12월 31일에 TV를 켜면 연기자들이 모여 앉아서 어김없이 고급스러운 파티를 열고 있다. 그들은 마구 떠들다가, 대단히 슬프게 울다가, 또 자지러지도록 웃는다. 파티의 중반을 지나면 원로배우가 시상을 하기 위해 느릿느릿 걸어 나온다. 기다렸다는 듯이 테이블에 앉아있던 어린 여자 배우들은 가슴을 가리며 일어나고 남자 배우들은 씩씩하게 일어난다. 그리고 박수를 친다. 그야말로 기립 박수인 것이다.

채널을 돌린다. 이름도 모르는 십 대 아이돌의 ‘그들만의 축제’가 생중계된다. 이따금 원조랍시고 튀어나오는 늙다리 아이돌에게 중학생 관객들은 풍선을 대충 흔들며 동정의 눈길을 보낸다. 그야말로 송구영신인 것이다.

각 방송사의 MC들은 11시 50분을 전후로 하여 억지로 시간을 끌며 채널을 고정시킨다. 신년 카운트 다운을 함께 실시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애를 쓰는 것이다. 종로에 나가 있는 취재 기자를 연결해 보신각의 타종 소리를 실시간으로 전달하기 위해 부지런히 입도 놀린다. 가수들과 연기자들은 1살을 더 먹는 것이 도대체 얼마나 기분 좋은 일인지 나로서는 상상할 수도 없게, 기쁨을 주체하지 못하는 물개 박수를 친다. 나이를 먹는 일은 정말 좋은 일인가 보다.

수상 소감 내지는 쇼 진행 방식을 통해 어떤 연예인들은 익일 오전 ‘태도 논란’에 휩싸이기도 하고, 반대로 ‘역대급’이라는 칭호를 받으며 대단한 칭찬세례를 받기도 한다. 어떤 예능인은 역시나 대상을 타는 것이고, 어떤 연기자 둘 또는 셋은 공동 대상이라는 말에 잠시 어리둥절하지만, 곧 사이좋게 상을 나누어 집으로 가져가면 그만인 것이다.

인생이란 전인미답이라지만, 12월 31일의 방송국 축제만큼만 예상이 가능하다면 마음이 편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곧 1월 1일이 찾아오는 것이다. 1월 1일은 앞으로 어떤 일이 펼쳐질지 우리는 도저히 예상할 수조차 없다는 점에 그 커다란 매력이 있다. 예상할 수 없고 예측할 수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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