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하는 삶과 주어진 삶 & 플레이보이 카티와 롤라 브룩
힙합은 요즘 세대의 가치와 꿈, 환상을 정직하게 반영하는 거울 같은 예술이다. 표현도 참 올드하네. 그러니까 어떤 식으로든 일단 공감과 설득에 성공하면 다들 내 마음 같아서인지 추앙도 빠른 것 같다.
솔직히 말해 볼까?
나는 아직도 ‘플레이보이 카티’가 왜 그렇게까지 인기가 있는 건지 충분히 이해할 수 없다. 하지만 그건 아마도 내가 1020세대와는 꽤나 다른 가치와 꿈 그리고 환상을 품고 사는 30대 중반의 남자이기에 그저 당연한 불가해라고 생각한다.
‘원하는 삶’과 ‘주어진 삶’ 사이에서 번뇌하는 모범생 같은 고민 속을 찌릿하게 파고드는 ‘원하는 삶’을 사는 래퍼들의 메시지를 따르고 동경하는 ‘주어진 삶’을 사는 우리들의 불만은 힙합 씬을 이렇게까지 끌고 온 최고의 동력이다. 세상의 모든 툴툴거림이 만든 천문학적 힙합 머니라니! 놀랍지 않은가?
힙합은 죽지 않는다. 아니, 죽으면 안 된다. 왜냐하면 거친 불만 속에서도 숨은 기회를 찾는 예술이 힙합이기 때문이다. ‘원하는 삶’으로 가는 길은 험난하다. 그리고 대부분 못 간다. 슬프다. 하지만 ‘주어진 삶’이나마 ‘원하는 삶’처럼 살 수 있는 교훈을 주기에 힙합이 죽으면 큰일 난다. 농담 아니고 진짜 큰일 난다. 일단 나 죽는다.
Anyway, 꾸준히 미국 힙합 신보를 챙겨 듣겠다고 노력은 하는데, 계획대로 잘 되지를 않는다. 그래도 억지로 듣는다. 누가 시켰냐? 참 애쓰는 삶이다.
요새 뉴욕 브루클린 출신의 여성 래퍼 ‘Lola Brooke 롤라 브룩’의 노래를 즐겨 듣고 있다. 목소리가 올드스쿨 그 자체다. 내가 미국 힙합을 2003년부터 듣기 시작했으니까 이제 나도 어쩔 수 없는 꼰대 리스너인가 보다. 비슷한 곳을 맴돌면서 비슷한 것들만 좋아한다.
아무튼 사람이 궁금해져서 그녀의 인터뷰를 몇 개 찾아 읽었는데, 건네는 메시지도 참 좋고, 스며 나오는 마인드도 참 좋더라.
"미친 소리처럼 들리겠지만 돈 때문에 이 일을 해서는 안 돼요.
단순히 돈 때문에 음악을 한다면 이용하려는 사람들만 만나게 될 거니까요.
에너지도, 바이브도 얻지 못할 겁니다.
엉뚱한 곳에서 엉뚱한 것을 찾고 있기 때문이죠.
먼저 자기를 알아야 움직이는 법을 알 수 있어요."
편부모 가정환경, 일만 하는 어머니와 대화할 시간이 없어 펜을 잡게 된 소녀, 집 안 일기장에서 부스 속 비트 위로 옮겨 토해내는 감정이 힙합이 아니라면 뭐가 힙합이겠는가.
Eve와 Missy Elliot 그리고 Meek Mill을 보고 래퍼로서의 꿈을 키웠다는 그녀, 그럼 그렇지!
목소리만 들으면 되게 나쁜 여자 같은데, 지역 사회(고향) 환원에 대한 의지와 사랑과 감동에 대한 민감성 등 그 마인드가 착해서 더 좋다.
내가 뭐라고 또, 또, 또 평가를 해버렸네!
아무튼 오늘도 힙합이 있고, 두 귀가 있기에 더없이 감사한 하루다.
[함께 들으면 좋은 노래]
[함께 읽으면 좋은 케케묵은 포스트]
https://brunch.co.kr/@0to1hunnit/2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