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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살이 1일 차 - 처음은 정신없어

처음은 정신없어

by 천백십일

한 달간의 대만살이를 위해 떠나는 날.


오랜 기간 못 볼 손주와 아들내외를 마중하시겠다는 부모님과 공항으로 향했다. 어제 40년 만에 12센티미터의 폭살이 내린 길이 맞는지 도로에는 눈의 흔적을 볼 수 없었다. 출발하는 길에도 흩날리던 빗방울도 공항에 가까워질수록 약해지더니, 공항에서는 햇살을 보여주고 있었다. ‘우리의 앞날이 맑으려나’


“잘 다녀오렴.” 부모님의 인사를 뒤로 공항으로 들어섰다. 12시 25분으로 예정된 비행시간이 탑승 준비로 인해 20여분 늦어졌다. ‘뭐 이 정도쯤이야’

약 2시간 30분 동안의 비행이 시작되었다. 어젯밤 부랴부랴 신청했던 키즈밀이 생각과 다르게 신청접수가 되어있었다. 아이는 스파게티로 구성된 키즈밀을 먹고, 아내는 치킨을 나는 비프 뭐를 시켰다. 받아보니 소고기 비빔밥이었다. 비빔밥이란 설명은 없었는데.. 그래도 키즈밀 신청도 됐으니까 이것도 행운이랄까.


비행을 마치고 도착한 대만 타오위안 공항. 대만에선 해외 관광객 유치를 위해 여행지원금 럭키드로우를 진행 중이다. 이미 대만을 다녀온 분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일행이 아무도 못 받은 분도 있고, 반면 두세 명이 받은 분도 있었다. 우리 세 식구는 받을 수 있을까 긴장된 추첨의 순간! 아내 이름으로 신청한 QR코드에서 당첨 축하 멘트가 나왔다. 이럴 수가, 이 정도면 훌륭한데.


공항에서 만난 햇살 하며 비행기 안 키즈밀, 여행지원금까지 이번 대만살이가 잘 풀릴 것만 같다.


우리는 병원에서 안내해 준 숙소 중 한 곳을 묵기로 했고, 그곳까지 병원 직원 애니가 데려다 주기로 했다. 공항에서 애니를 만나 인사를 나눈 뒤 준비된 차를 타고 이동했다. 숙소에 도착한 뒤 안내를 하던 애니가 심각해졌다. 그녀가 중국어로 통화를 하는 동안 무슨 말일까 궁금하던 찰나 한마디 알 수 있는 말을 들었다. “메이요우” ‘안 돼. 없다니 뭐가?’ 뭔지 모르겠지만 좋지 않았다.


통화를 마침 그녀의 말에 따르면 우리가 묵으려던 숙소를 쓸 수 없다고 했다. 숙소 주인이 착각하여 우리가 쓰려던 방을 다른 사람이 쓰도록 했다는 말이었고, 일단 다른 방을 사용하다가 며칠 뒤 옮겨야 한다고 했다.


아침부터 분주하게 움직이고 이동이 피곤했던 터라 숙소에 가면 짐부터 풀고 쉬려 했던 계획이 어그러 졌다. 짐도 제대로 풀 수 없던 것도 당황스럽고 몇 가지 일로 너무 긍정회로를 돌렸나 싶기도 했다.


어쨌든 우리가 쓰려던 방은 없고 다른 선택지도 없었다. 일단 여기 짐을 풀고 안정을 취하는 게 좋을 것 같았다. 이제 대만 1일 차 일 뿐이니까.

* 여담이지만 짐을 풀고 숙소 근처 딘타이펑에 가서 음식 포장을 하고 나오던 길, 한 여성이 우리에게 다가와 “혹시 한국분이세요?” 라며 말을 걸어왔다. 얘기를 들으니 지갑과 돈이 든 가방을 잃어버려서, 돈을 이체해 줄 테니 대만 달러를 현금으로 받을 수 있겠냐는 요청이었다. 아기와 함께 온 여행에서 큰일을 당하신 분을 위해 아내가 함께 ATM기기에 가서 현금을 찾아주기로 했다. 그러면서 “저희도 방이 바뀌었어요. 앞으로 좋은 일이 생기겠죠”라고 얘기했다. 우리에게도 그분들에게도 좋은 일이 생기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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