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4월.
벚꽃 흔적이 지나갈 때쯤, 아이가 태어났다. 예정일이 지났는대도 진통이 없어 걱정하던 시기, 41주 5일이 되는 날이 돼서야 나올 준비를 마쳤었나 보다. 마침 산부인과 진료를 잡아둔 날이라 휴가를 내고 같이 병원을 가려고 했었는데, 아침에 양수가 터졌고 부랴부랴 병원으로 향했다.
병원에 도착 후 만난 선생님은 태변을 눈 것 같다며 제왕절개 수술을 하자고 했다. 아내를 분만실로 보내고 대기실에서 기다리던 시간. 혼자 방 안에서 앉지도 서지도 못 한 어정쩡하게 시간이 흐르기만을 기다렸다.
잠시 뒤, 멀리서 아이 우는 소리가 들렸다. '이제 나왔구나'라는 생각이 들 때 즈음 간호사 선생님이 아이를 안고 방 안으로 들어오셨다.
처음 마주한 아이. 얼굴과 몸은 너무나 빨갛고 눈은 불어있고 뭐가 억울한지 울고 있었다. 아이를 바라보며 "앙꼬야" 하고 부르니 울음을 그치고 나를 바라본다. 엄마 뱃속에서 느꼈던 음성의 진동을 느낀 것일까? 그동안 아내 배를 대고 책을 읽어주길 잘했단 생각도 잠시 들었다.
아이와 인사를 나누고 있었는데 간호사 선생님이 다시 들어와 "아이가 태변을 먹을 것 같아서 전원해야 할 것 같아요."라고 하셨다. 이제 막 만난 아이인데 다른 병원으로 보내야 한다니 당황스럽기만 했다. 분만실에서 나온 아내도 잠시 아이를 봤을 뿐, 어떻게 했는지도 기억이 안 나게 일이 진행되어 아이를 여의도 성모병원 NICU에 입원시키고 돌아왔다. 병원 회복실에 돌아오니 아내는 본인을 자책하며 울고 있었고, 당신 탓이 아니라는 위로를 건네며 밤을 보냈다.
다음 날, 면회 시간에 맞춰 여의도 성모병원에 갔다. NICU 안에서 아이는 잠들어 있었다. '괜찮은 것 같은데, 금방 퇴원할 수 있겠지' 생각했다. 잠시 뒤 담당 의사 선생님이 와서 아이에 대해 설명을 해주었다. 아이에게 소이증이 있다고 했다.
소이증은 태아 상태에서 귀가 발달할 시기에 원인을 알 수 없는 이유로 성장이 되지 않아 귀의 모양이 변형되는 선천성 기형으로, 8000~9000명 중 한 명 꼴로 나타날 수 있다고 한다.
그렇기에 다른 신체에는 이상이 없을지 엑스레이, 초음파, 유전자 검사 등을 시행하겠다는 얘기를 들었다. 갑작스러운 얘기를 듣고 나니 당황스러웠다. 그리고 아이를 다시 살펴보니 왼쪽 귀 모양이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갑작스러운 얘기였지만 그것보단 당장 태변을 먹었다는 것과 다른 곳에 아픈 곳은 없을지가 더 신경 쓰였다. 그리고 내 생각보다 아이가 NICU에 더 오래 있어야 하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아이가 태어난 지 일주일 정도가 지났을까. 다행히 태변, 양수를 먹었던 것도 문제없고 초음파 검사나 유전자 검사 등에서도 문제는 발견되지 않았다. 그렇게 아이는 NICU에서 나올 수 있었고, 우리 가족은 셋이 되었다.
이후 나와 아내는 소이증에 대해 정보를 찾았고 공부하려고 했다. 관련된 병원을 찾아다니고 같은 증상을 가진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그러면서 아이의 성장에 필요한 게 무엇이 있을지 고민했고 나름의 최선을 찾으려고 노력했다.
그렇게 6년이란 시간이 지났다. 그리고 그동안 고민하고 준비했던 기대했던 일을 하기 위해 대만으로 한 달 살기를 하러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