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밤동안 타지에서의 잠자리 탓인지 대로변에서 들리는 자동차 소리 탓인지 잠을 뒤척였다. 아침에 일어나서 아내의 얘기를 들어보니 12월 31일에서 1월 1일로 넘어가는 순간에 진행되는 101 빌딩 불꽃놀이 소리와 사람들의 함성소리가 있었다고 한다. 나는 잠을 뒤척였는데 정작 불꽃놀이 소리는 듣지 못했다. 뭔가 제대로 하지 못한 기분이 든다.
별다른 일정이 없는 날이라 빨래를 돌리고 아이는 티비를 좀 보고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가 근처 다안 공원으로 나가보려고 했다. 그전에 배고프니 밥부터 먹기로 하고 유명한 융캉우육면 가게로 향했다.
나와 아내는 9년 전 대만을 여행한 적이 있다. 당시에 와 본 적 있는 음식점을 아이와 함께 오게 되었다. 여전히 가게는 사람들로 문전성시를 이루었고, 그 맛도 여전했다. 다만 실제로 얼마나 올랐는지 따져보진 않았지만 가격은 이전보다 많이 오른 것 같았다. 식사를 마치고 둘러본 융캉제 거리 역시 사람들 많고 구경할 상점이 많은 것은 같았지만, 상품의 가격은 제법 많이 오른 것 같았다.
구경을 마치고 원래 목적했던 다안공원으로 향했다. 우육면 가게를 가려면 공원을 지나쳐가야 했는데, 가는 동안 아이는 공원 안에 놀이터를 눈여겨보고 기억하고 있었다. 그래서 융캉제 거리를 구경하려는 엄마 아빠에게 몇 번이고 “이제 공원 가는 거지?”하며 물었다.
놀이터에는 이미 많은 아이들과 부모, 가족들로 가득했다. 그네를 기다리는 아이들, 놀이기구를 오르는 아이들, (특이하게도) 돌로 된 미끄럼틀을 타는 아이들, 모래 놀이를 하는 아이들 등 각자 재밌는 놀이를 즐기고 있었다. 아이도 미끄럼틀을 오르고 그네를 타고 놀았다. 나는 아이가 정글짐에서 노는 모습을 볼 때면 유독 ‘언제 이렇게 큰 거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자신의 힘으로 철이나 끈으로 된 구조물을 오르고 다시 내려오는 모습을 보면, 마치 세상을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조금씩 키워가는 것만 같다.
놀이를 마치고 마트에 들러 간단히 장을 보고 집에서 저녁을 먹었다. 이렇게 별일 없는 일상이 마무리될 것 같았지만, 옮기기로 한 숙소에 묵는 분과 연락이 닿게 되어 숙소에 대해 물어보니 층간소음과 바퀴벌레를 몇 번 보았다는 얘기를 듣게 되었다. 한 달이란 긴 기간을 보내야 하는 숙소인데 왜 이렇게 쉽지 않은 것인지..
*융캉제거리를 걷다가 갓챠 뽑기 기계를 몇 개나 지나쳤다. 아이는 그중에서 요즘 게임으로 즐기고 있는 커비 캐릭터를 뽑고 싶었나 보다. 그래서 거리를 걸으며 두 번 뽑게 되었다. 아이가 좋아하기에 크게 생각 안 했는데, 나중에 생각해 보니 뽑기 두 번에 대만달러 200을 지출했다. 점심 먹고 마신 커피 두 잔과 초코음료가 대만달러로 190이었는데.. 그래도 아이가 좋다고 하니까..